[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트럼프의 장기는 모욕적 별명 짓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6일 03시 00분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네임 콜링(name calling)’의 대가입니다. ‘네임 콜링’은 상대방의 별명을 지어 부르는 것을 말합니다. 그냥 별명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분을 잡치게 하는 모욕적인 별명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극도로 사이가 나빴을 때 ‘little rocket man(리틀 로켓맨)’이라고 불렀습니다. 왜 ‘네임 콜링’을 하냐고요. 정적(政敵)을 비웃고 조롱하는 효과가 크니까요.

△“Cryin’ Chuck, I’m going to ask him who is his acting coach.”

미 의회에서 민주당의 톱이라고 할 수 있는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감정이 풍부한 슈머 의원은 의회 연설에서 몇 차례 울먹인 경험 때문에 트럼프로부터 ‘울보 척’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눈물이 가짜 눈물이라고 놀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울보 척에게 가짜 눈물을 가르친 연기 코치가 도대체 누구냐”고 조롱하면 지지자들 사이에선 한바탕 폭소가 터집니다.

△“Wacky Jacky is campaigning with Pocahontas.”

‘포카혼타스’는 2020년 대선의 민주당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붙인 별명입니다. ‘Wacky Jacky(왜키 재키)’는 네바다주 상원의원 선거에 나선 민주당의 재키 로즌 후보에게 트럼프가 붙인 별명입니다. ‘정신 나간 재키’라는 뜻입니다.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은 “왜키 재키가 포카혼타스와 함께 유세를 벌이고 있다”고 비웃었습니다. 이거야말로 ‘더블 네임 콜링’ 아니겠습니까.

△“It may be Prime Minister Abe. It may be Justin from Canada.”


‘캐나다의 저스틴’이 누구일까요. 얼마 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판 싸운 캐나다 총리, 저스틴(쥐스탱) 트뤼도를 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는 깍듯하게 ‘총리’ 직함을 붙였는데 트뤼도 총리는 그냥 ‘캐나다의 저스틴’이라고 했습니다. 외교 결례입니다. 이 말은 원래 트럼프 대통령이 트뤼도 총리에 대한 애칭으로 쓴 말인데 ‘G7 사건’ 이후에는 극도로 사이가 나빠진 트뤼도 총리에 대한 네임 콜링이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를 비난할 때면 꼭 “캐나다의 저스틴 있잖아”라고 업신여기듯이 말합니다. ‘젊고 총리스럽지 않게 잘생긴 저스틴’이라서 미워하는 거겠죠.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네임 콜링#별명#로켓맨#트럼프#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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