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실상 失政 문책한 靑경제팀 개편… 首長 장하성은 경질 않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7일 00시 00분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홍장표 경제수석비서관을 교체하고 후임에 관료 출신인 윤종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임명했다. 또 반장식 일자리수석도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으로 교체하는 등 청와대 경제팀 인사를 실시했다.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 산하 수석비서관 3명 가운데 김수현 사회수석만 유임되고 2명이 교체된 것이다.

이번 경제수석 교체는 홍 수석 본인의 성과 부족과 함께 소득주도성장 실험의 부작용을 청와대가 어느 정도 인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경질 인사가 아니라고 했지만 일자리수석의 교체 역시 구호만 요란했지 최악의 실적을 보인 고용지표와 무관할 수 없다. 5월 실업률이 18년 만에 최악인 4.0%인 데다 올 1월까지 매월 30만 명대 증가하던 취업자가 10만 명대로 줄었다가 5월에는 7만 명 선까지 떨어진 사실상 고용대란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 경제팀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팀장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정부의 간판정책이나 다름없는 소득주도성장은 장하성 정책실장이 사실상 주도해 왔다. 이번 인사에서 정책실장 산하 수석의 3명 중 2명이 교체됐음에도 책임자를 그대로 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장 실장 본인이라도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용퇴했어야 옳다.

그럼에도 임종석 비서실장은 인사 발표 후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더욱 속도감 있게 실행함으로써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성과를 신속하게 도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 실장을 유임시켰다고 해도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정책의 기둥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기존 정책에 대해서는 궤도 수정이나 전면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산업 현장에서는 준비 없이 밀어붙인 정책의 부작용으로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근로시간 단축의 6개월 처벌 유예 같은 땜질처방으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새로 임명된 윤종원 경제수석의 역할이 과거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최장수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을 지낸 만큼 경제 전체를 보는 안목이나 정책 집행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상사인 장 실장에게는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적극적으로 조언하고 관료 출신인 경제부총리와 장 실장 사이에 조정 역할도 해야 한다. 둘 사이에 끼여 역할을 찾지 못한다면 또 한 명의 허수아비 경제수석으로 전락할 것이다. 청와대 2기 경제팀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이전 1년간의 정책실험 결과를 바닥에서부터 냉철하게 되돌아보아야 한다. 당장 다음 달로 닥친 2019년 최저임금 인상 폭 결정이 새 경제팀의 자질과 능력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다.
#청와대#윤종원#장하성#소득주도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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