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캡틴’ 기성용(29·스완지시티)의 아버지 기영옥 광주FC 단장(61)의 얼굴은 초췌해 보였다. 24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기성용이 왼쪽 종아리를 다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본 뒤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25일 다른 도시로 이동 중인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만난 기 단장은 “성용이와 전화 통화를 잠깐 했는데 많이 아프다고 했다. 나중에 언론 보도로 전치 2주라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다. 주장으로서 독일과의 마지막 경기까지 잘 마쳤어야 했는데…”라고 말문을 뗐다. 그는 또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라면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성용이가 아니었어도 누구든 그 상황에서 몸을 던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기성용은 멕시코 선수들을 온몸으로 막는 과정에서 종아리 근육이 파열됐다.
기 단장은 “성용이가 주장인 한국 대표팀이 한 경기라도 이겨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 성용이와 아직 얘기는 안 했는데 이번이 월드컵으론 마지막이 될 수 있어 더 아쉽다”고 했다. 기성용은 아직 4, 5년 프로 생활을 할 예정이고 대표팀도 곧바로 은퇴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년 뒤 월드컵 출전은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기 단장은 “나도 축구 선수였고 성용이는 내 분신이었다. 축구 선수로 너무 잘했다. 다만 부모 입장에서 성용이가 좀 더 큰 클럽에서 뛰어봤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은 남는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 등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이적하지는 못했다.
기성용은 19세이던 2008년 9월 5일 요르단전에서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에 데뷔해 멕시코전까지 104경기를 뛰었다. 기 단장은 “2008년 9월 10일 북한전에서 터뜨린 데뷔 골, 2010년 6월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에서 한 어시스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기 단장은 금호고 감독 시절 ‘왼발의 달인’ 고종수(40·대전 감독), ‘그라운드의 마술사’ 윤정환(45·세레소 오사카 감독) 등 천재 미드필더를 키운 지도자 출신이다. 광주축구협회 회장을 지내고 K리그2 광주를 이끄는 등 축구 행정가로도 활동 중이다.
축구 선수가 아닌 아들 기성용은 어땠을까. “속이 깊은 효자였다. 늘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행동했다. 가정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말 멋진 아들이다.”
한편 기성용은 독일과의 3차전이 열리는 카잔 아레나에서도 벤치에 앉아 동료들을 응원한다. 경기에는 나서지 못하지만 태극전사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벤치의 캡틴’ 역할을 한다. 기 단장도 독일과의 경기 현장에서 한국을 응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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