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위기서 만난 나이지리아, 완벽한 개인기로 선제골 작렬
로호 결승골로 극적인 16강
이전 2경기보다 1km 더 달리고 10, 20, 30대에 모두 월드컵 골
아르헨티나의 ‘메시아(구세주)’는 결국 조국이 절체절명인 순간에 등장했다. 조별예선 탈락의 경계선에 있던 아르헨티나는 27일 드디어 기지개를 켠 리오넬 메시(31)를 앞세워 16강에 진출했다.
메시는 이날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D조 마지막 경기에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로 나서서 이번 대회 자신의 첫 골을 신고했다. 전반 14분 하프라인 인근에서 동료 에베르 바네가가 건넨 로빙 패스를 상대 페널티 박스 앞에서 왼쪽 다리 허벅지와 발등으로 차례대로 완벽하게 트래핑한 뒤, 오른발로 골망을 갈랐다. 현역을 넘어 역대 최고를 넘보는 그야말로 메시다운 완벽한 골이었다.
이로써 메시의 커리어에 대기록 하나가 추가됐다. 19세였던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월드컵 본선 첫 골을 넣었던 그는 이후 남아공(23세)과 브라질 월드컵(27세)에 이어 31세인 이번 대회까지 10대와 20대, 30대에 걸쳐 월드컵 무대에서 모두 골을 기록한 유일한 선수가 됐다.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이 한 골 이후 동점골을 나이지리아에 내준 뒤 1-1로 호각을 다투던 후반 41분 마르코스 로호(28)의 극적인 발리슛 결승골에 힘입어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했다. 크로아티아에 이어 D조 2위를 기록한 아르헨티나는 30일 앙투안 그리에즈만과 폴 포그바가 버티고 있는 강호 프랑스와 16강 빅매치를 치르게 됐다.
1무 1패 뒤 무조건 이겨야 다음 라운드 진출을 넘볼 수 있는 상황에서 메시는 독기를 품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슈팅 수를 늘려 본인이 직접 해결하려 하기보단 이전보다 더 많이 뛰며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이날 메시의 총 활동량은 8.702km. 7km대였던 1, 2차전보다 1km 정도를 더 뛰었다. 전력 질주 횟수도 33번으로 17번(1차전), 29번(2차전)이었던 지난 경기보다 더 많았다. 심지어 후반 추가시간에 메시는 평소와는 달리 시간을 끌다가 주심에게 경고를 받을 정도로 승리에 목마른 모습을 보였다.
16강 진출 여부가 걸리기도 했거니와 그간 페널티킥 실축과 연이은 골 침묵에 대표팀 은퇴설에 휩싸이기까지 했던 메시로서는 그만큼 이날 승리가 절실했을 것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 들어와 2경기에서 4골을 뽑아낸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와 비교되면서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메시였다.
결국 위기의 순간에 진가를 발휘한 메시는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자신의 꿈을 향한 여정을 이어나가게 됐다. 최근 은퇴설에 휩싸였을 당시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메시는 “각종 트로피를 수집한 나에게 남은 건 월드컵 우승뿐이다.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꿈을 항상 꿔왔다”고 밝혔다.
이날 아르헨티나의 극적인 승리로 나이지리아에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했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34)도 기사회생한 분위기다. 메시의 선제골로 이날 아르헨티나가 경기를 쉽게 가져갈 수 있었던 순간에 마스체라노는 쓸데없는 반칙(후반 4분)으로 상대에게 페널티킥을 주며 동점골을 헌납했다. 하지만 마스체라노는 이후 얼굴에 피를 흘려가면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발휘하며 자신의 실수를 만회해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직전까지 팀의 부진으로 ‘중도 경질설’과 ‘식물 감독설’에 시달렸던 호르헤 삼파올리 아르헨티나 감독(58) 또한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얻었다. 삼파올리 감독은 경기 직후 “이번 승리는 선수들이 스스로 뛰어난 선수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선수들을 치켜세웠다.
한편 로호의 골이 터지기 전까지 아르헨티나를 몰아붙이며 16강 진출 직전까지 갔던 나이지리아는 24년째 이어지고 있는 ‘아르헨티나 징크스’를 끝내 떨쳐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1994년 미국 월드컵부터 이날까지 나이지리아는 월드컵에서 총 5번 아르헨티나를 만나 전패를 기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