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지않고 자연스럽게… “우린 조화로움을 추구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9일 03시 00분


스타필드 하남에 상륙한 ‘할란앤홀든’

스타필드 코엑스몰 할란앨홀든 매장 인테리어. 감프라테시 듀오의 작품이다.
스타필드 코엑스몰 할란앨홀든 매장 인테리어. 감프라테시 듀오의 작품이다.
올해 2월과 6월 스타필드 하남과 코엑스몰에 여성 의류 브랜드 ‘할란앤홀든’이 문을 열었다. ‘현대 여성이 누려야 하는 가장 확실한 사치’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탄생해 언제(anytime) 어디서든(anywhere)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멋을 추구하는 브랜드다.

이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 건 비단 상품 자체만은 아니었다. 어찌 보면 바다 같고, 어찌 보면 숲 같은 정적인 매장 인테리어가 화제를 모았다. 북유럽 감성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이탈리아, 일본 등 다양한 지역의 감성을 아우른 스타 디자인 듀오 감프라테시(Gamfratesi)의 작품이었다.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할란앤홀든 매장에서 감프라테시 듀오의 남편 엔리코 프라테시.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할란앤홀든 매장에서 감프라테시 듀오의 남편 엔리코 프라테시.
감프라테시 듀오는 부부인 덴마크 코펜하겐 출신 디자이너 스틴 감과 이탈리아 페사로 출신 디자이너 엔리코 프라테시가 2006년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다. 좋은 재료를 바탕으로 실용성과 미적 가치를 함께 표현하는 걸 디자인의 기본으로 여기는 부부다. 덴마크 특유의 실용주의적 모던함에 이탈리아 특유의 클래식을 담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감프라테시 듀오는 딱정벌레에서 영감을 얻은 ‘비틀 체어’와 왈츠를 추는 남녀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은 옷걸이 ‘왈츠 코트 행어’ 등 실용성 높은 물품의 디자인을 주로 해 왔다. 이뿐 아니라 2018년 월페이퍼 디자인 어워드에서 ‘베스트 뉴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플로라 대니카’ 등 실내 디자인까지 작품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 스타필드 코엑스의 할란앤홀든 매장에서 남편 엔리코 프라테시를 만나 감프라테시 듀오가 추구하는 디자인에 대해 물었다.

Q: 매장 분위기가 굉장히 독특하다. 어떤 콘셉트인가.

A: 감프라테시는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을 추구한다. 정제된 분위기의 할란앤홀든과 일맥상통하는 점이다. 할란앤홀든은 일상에서 쉽게 입을 수 있도록 기본적으론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 안에는 디테일이 살아 있다. 매장을 살펴보면 색과 톤이 다운돼 있으면서 숨어 있는 디테일이 많다. 벽면이랑 구역을 대리석으로 나눠 놨는데 자세히 보면 그 안에 여러 색의 잘게 다져진 칩이 박혀 있다. 이것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장식’이다. 인테리어가 인테리어로서 튀기보다는 배치된 옷과 잘 어울리도록 표현했다.

딱정벌레에서 영감을 얻은 감프라테시 듀오의 비틀 체어.
딱정벌레에서 영감을 얻은 감프라테시 듀오의 비틀 체어.
Q: 가구 디자인부터 매장 인테리어까지 작품의 폭이 넓다.

A: 작업할 때 가구처럼 디테일한 것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전시회를 총괄하기도 한다. 한 가지 일에 매몰되면 균형 감각을 잃을 수 있는데 좁게, 때로는 넓게 시각을 가지며 감각을 유지한다. 하지만 어떤 작업이든 핵심은 사람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 디자인은 디자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용하는 사람의 감정을 담아야 한다.

Q: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

A: 디자인은 어쨌든 창의적인 일이니 어떤 디자인을 할 것인지 본인만의 철학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 철학은 겸손하고 정직해야 한다. 하지만 기능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다. 어찌됐든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왈츠를 추는 남녀의 움직임에서 착안한 왈츠 코트 행어.
왈츠를 추는 남녀의 움직임에서 착안한 왈츠 코트 행어.
Q: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산업 디자인을 하기 전에는 건축을 공부했다. 건축을 하다 보니 건축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작업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그 안에 살거나 머무는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다 영역에 제한이 없는 순수 디자인에 끌렸다. 그 결과 가구, 인테리어, 전시회를 모두 아우르는 디자인 영역에 몸 담게 됐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내 작업은 각기 다른 풍토에 사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게 목적이다. 같은 디자인을 해도 각 나라에서 공수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하면 그 결과물은 다르게 나온다. 이미 우린 여러 나라에서 작업해 왔다. 앞으로도 더 많은 나라에서 디자인으로 사람들을 연결하고 싶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Q: 부부가 함께 팀으로 일하는 게 쉽진 않을 텐데….

A: 부부가 아닌 다른 사람과 작업한다면 업무의 거의 마지막 단계에 무언가 바꾸자고 제안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부부이기 때문에 작업이 다 완료됐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거리낌없이 다른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수정할 수 있다. 그리고 창조적인 순간이 항상 근무시간에 찾아오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일상 생활을 하며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나누고 토론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스타일 매거진 q#패션#감프라테시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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