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르노 클리오… 예쁘기만 한 게 아니다

  • 동아경제
  • 입력 2018년 7월 10일 14시 07분


“직접 타보면 압니다”

‘르노 클리오’를 도입한 르노삼성자동차가 짧은 한 마디로 자신감을 내비췄다. 클리오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하지만 유럽 시장에선 선풍적인 인기로 브랜드 실적을 이끈 모델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해보면 클리오 판매대수는 무려 1400만대에 달한다. 르노 본사가 위치한 프랑스에서는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국민차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르노삼성의 부담도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지난해 상반기 ‘2017 서울모터쇼’를 통해 클리오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고 3분기부터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출시 직전 갑작스럽게 일정이 연기됐다. 당시 르노삼성은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 요구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상품성을 더욱 보강하기로 결정하면서 일정이 늦춰졌다고 설명했다.
수입되는 신차가 출시 한 달을 앞두고 일정이 변경되는 것은 이례적인 사안이다. ‘해치백 무덤’이라고 불리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 대한 르노삼성의 고심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해외에서 잘 나가는 모델이 국내에서만 저조한 성적을 기록할 경우 프랑스 본사에 설 면목이 없어지기 때문에 르노삼성으로선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 ‘시선 강탈’ 도로에 활기 불어넣는 깜찍한 외관

깜찍한 외관 디자인은 도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정도로 개성적인 디자인이다. 르노 특유의 다이아몬드 엠블럼을 중심으로 날렵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LED 헤드램프가 조화를 이룬다. 전체적으로는 소형 SUV QM3와 비슷한 외관이다. 작지만 균형 잡힌 비율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볼륨감을 강조한 측면 라인은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해치백 디자인에 개성과 역동적인 느낌을 부여한다.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윈도우 라인과 짧은 리어 오버행은 뒷모습을 보다 당당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뒷좌석 도어 손잡이를 C필러에 감춰 2도어 쿠페 느낌을 살렸다. 도어와 연결된 사이드미러는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운전자 시야를 넓혀준다.
국내 도입된 모델은 지난 2012년 선보인 4세대 클리오의 부분변경 버전에 해당한다. 글로벌 시장에는 2016년 6월 처음 공개된 바 있다. 르노 브랜드 최신 디자인이 적용되면서 기존 모델보다 세련된 모습으로 다듬어졌고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SM6(해외명 탈리스만)에 반영된 디자인 요소도 포함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 선보인 지 약 2년이 지났지만 최신 모델에 버금가는 디자인 완성도를 자랑한다.

차체 크기는 길이와 너비가 각각 4060mm, 1730mm, 높이는 1450mm다. 동급 모델인 푸조 208(3965x1740x1460)보다 길지만 폭은 좁고 높이는 낮다. 현대자동차 엑센트 해치백(4115x1705x1455)과 비교하면 전장은 짧지만 전폭은 넓어 보다 안정감 있는 비율을 갖췄다.
○ 간결한 실내 구성… 실용적인 유럽 스타일

실내는 간결하면서 직관적인 구성에 초점을 맞췄다. 개발 단계부터 유럽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 취향에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르노삼성은 고급 트림에 알루미늄 스포츠 페달과 전용 플레이트, 레드 데코 벨벳시트, 후방카메라 등을 적용해 상품성을 끌어올렸다.
공조기 버튼 구성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QM3와 비슷하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7인치 터치스크린으로 이뤄졌고 티맵과 ‘온카’ 풀미러링 시스템을 지원한다. 10만 원을 더하면 8인치 태블릿 기반 T2C 센터 디스플레이를 추가할 수 있다. 전방카메라(30만 원)도 선택 가능하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 소비자 취향을 고려한 인테리어 설계가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탁 트인 전면 시야는 운전을 보다 쉽고 재밌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도어와 연결된 사이드미러 디자인 덕분에 측면 앞쪽 사각지대 시야까지 확보했다. 적당히 단단한 시트는 벨벳과 가죽으로 이뤄졌고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인다. 핸들 그립감과 운전석 착좌감, 시야 등은 전반적으로 여성운전자가 타기에 적합한 구성이다. 뒷좌석 시트는 6:4 폴딩 기능이 적용돼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 탄탄한 주행감각… ‘예쁘기만 한 차가 아니다’

파워트레인은 익숙한 조합이다. QM3와 마찬가지로 1.5리터 dCi 디젤 엔진에 6단 EDC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맞물렸다. 성능은 최고출력 90마력, 최대토크 22.4kg.m로 제원 수치는 낮다. 하지만 QM3를 타본 운전자라면 낮은 성능 수치가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 디젤 엔진 특유의 초반 가속력 덕분에 일상주행에서 성능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다. 게다가 연비까지 우수하다.

QM3의 경쾌한 주행감각과 우수한 효율은 클리오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전고와 시트 포지션이 낮아지면서 주행감각이 더욱 역동적인 느낌이다. 고속주행 시에는 흔들림 없는 움직임을 보였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운전 재미와 주행안정감을 높여주는 요소다. 방지턱 구간에서 서스펜션 감각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서스펜션이 차체를 힘껏 움켜잡아 밑으로 끌어내렸다. 덕분에 큰 흔들림이 덜했다. 중형 세단 SM6와 비슷한 감각이지만 클리오와 궁합이 더 잘 맞는다.
부드럽지만 빠르게 전달되는 핸들링은 유럽에서 만들어진 이 차의 태생을 부각시킨다. 가벼운 무게와 짧은 전장, 핸들링이 조화를 이뤄 민첩한 몸놀림을 완성했다. 탄탄한 하체와 핸들링은 코너 구간에서도 실력을 발휘했다. 운전자가 의도한 조향 각도에 따라 오차 없이 코너를 빠져나가는 감각이 세련된 느낌이다. 17인치 휠과 조합된 타이어(넥센타이어) 그립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일반적인 코너 주행은 문제가 없지만 핸들을 갑자기 크게 돌리면 마른 노면에서도 쉽게 미끄러졌다.
엔진 세팅은 효율에 초점을 맞췄다. 변속기는 낮은 엔진회전수를 유지하기 위해 분주하게 단수를 옮겼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엔진과 변속기 덕분에 연비는 리터당 16.1km를 기록했다. 공인연비(복합 기준 리터당 17.7km)와 차이가 있지만 ‘풀악셀’과 ‘급브레이크’, 공회전이 빈번했던 과격한 주행에도 불구하고 높은 연비가 유지됐다.

디젤 엔진이지만 실내로 전달되는 소음과 진동도 꽤 잘 잡아냈다. 르노삼성이 클리오를 국내에 들여오면서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넉넉한 주행성능과 예쁜 디자인은 유럽 사람들이 이 소형 디젤차를 왜 그렇게 많이 구입하는지에 대한 정답을 제시한다.

클리오는 젠(ZEN)과 인텐스(INTENS) 등 2개 트림으로 구성돼 판매된다. 시작 가격은 각각 1990만 원, 2320만 원이다. 트림별 모든 선택옵션을 더한 모델 가격은 각각 2040만 원, 2340만 원으로 책정됐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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