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가 2020년 6월부터 시행하는 고속도로 무정차 요금징수 시스템인 ‘스마트톨링’이 당초 계획보다 대폭 축소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하이패스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차량을 무정차 통과시키겠다던 계획에서 후퇴해 유인수납을 존치하기로 한 것이다.
국토부와 도로공사는 4일 전국 민자고속도로 운영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톨링 사업 설명회에서 현재의 유인수납을 존치하는 확정안을 공개했다. 당초 공언했던 ‘고속도로 무인화’에서 한발 뺀 것이다.
확정안에 따르면 스마트톨링은 사전에 고속도로 영업소, 도로공사 홈페이지 등에서 가입한 차량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 기존의 하이패스 차로를 개량해 스마트톨링 겸용차로로 활용하면서 유인수납은 존치하기로 했다. 스마트톨링은 가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단말기 없는 하이패스’인 셈이다. 운전자들 입장에서는 현행 방식에 스마트톨링 차로(하이패스 겸용)가 추가되는 정도의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2015년부터 추진된 스마트톨링 사업은 하이패스 장착 여부와 관계없이 요금소의 무인카메라가 통과하는 모든 차량번호를 인식해 이동 거리를 계산한 뒤 요금을 통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통행료 납부를 위해 운전자가 정차하거나 시속 30km 이하로 서행하는 불편이 사라지게 된다. 통행료 납부를 위한 시간이 줄어들고, 차량의 매연 배출도 감축되는 장점이 있다. 요금수납 체계를 무인화해 장기적으로는 고속도로의 운영비용을 줄이는 것도 기대됐다.
스마트톨링이 당초 계획보다 축소된 가장 큰 이유는 개인정보 침해 우려 때문이었다. 현행 유료도로법은 요금미납 차량에 대해서만 고속도로 이용 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 사전 동의 없이 모든 차량의 기록을 수집해 처리하겠다는 당초 계획이 불법이었던 것이다.
일자리 감소 우려도 컸다. 현재 전국 고속도로에서 수납 업무를 하고 있는 징수원은 6700여 명이다. 도로공사는 이들을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에 따라 줄일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공공 일자리 확충 정책과 충돌했다. 결국 지난해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이 취임하면서 유인 징수원을 줄이지 않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공사 관계자는 “스마트톨링 사업에서 우려되는 점이었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충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자고속도로는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는 민자도로의 하이패스 차로 개량비용을 운영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차로당 들어가는 개량비용은 3800만 원이다. 한 운영사 관계자는 “지금도 하이패스 징수율이 전국 평균 80%로 높은 상황에서 스마트톨링은 중복투자다. 스마트톨링을 악용한 미납차량 증가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2020년 개통 예정인 서울제물포터널(국회대로 지하화) 운영사 자료에 따르면 30년간 스마트톨링 무인징수가 최대 1930억 원의 손실을 더 내는 것으로 추산됐다. 정산을 위한 차적 조회, 고지서 발송, 수수료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었다.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무인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 우려를 감안해 정부가 스마트톨링 계획을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지만 비용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에 무인화 도입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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