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4일 새벽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인상한 835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른 데 이은 연속 두 자릿수 인상으로 2년 만에 30% 가까운 인상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노동자단체와 사용자단체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고용노동부가 이 금액을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확정해 다음 달 5일까지 고시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 인상안에 대해 즉각 “수용할 수 없다”며 이미 선언한 대로 불복종 운동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전국 7만여 편의점의 동시 휴업도 추진 중이다. 최임위의 이번 결정은 경제 및 고용 상황을 고려하면 너무 가파르다. 한국은행은 12일 올해 3% 경제성장을 포기했고 올해와 내년도의 물가인상률 예상치는 2%가 안 된다. 그런데도 최임위는 소득분배의 개선효과에만 방점을 두고 2년간 30% 가까운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붙였다.
노동계는 이번 인상안이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2020년 1만 원’ 대선 공약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 15시간 이상 근무 시 지급해야 하는 하루 치 임금인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내년 실제 최저임금은 1만30원에 이른다. 더구나 내년 최저임금을 10.9% 인상하면 전체 근로자 가운데 25.0%인 501만 명이 인상 대상이 된다. 근로자 4명 중 1명이 받는 임금이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최저생계비 보장, 소득격차 해소라는 최저임금의 근본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소상공인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월수입이 200만 원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편의점협회 역시 지난해 월평균 수익이 195만 원에서 올해 최저임금 인상 이후 130만 원으로 줄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최저임금을 도저히 인상할 수 없으면 범법자가 되거나 아니면 직원 수를 줄이거나 사업을 아예 포기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들도 이미 생산시설 해외 이전 등의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대기업마저 협력업체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연쇄적으로 부품원가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고용쇼크 수준이 아닌 고용재앙(災殃)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과장이 아닐 수 있다.
정부는 내년에도 일자리안정자금 등 최대 6조 원에 이르는 세금을 퍼부으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땜질하려고 한다. 여당과 노동계에서는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본사 가맹료, 카드사 수수료를 내리면 인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민간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근본 해법이 아닐뿐더러 최저임금 인상과 별도로 논의돼야 할 문제다. 고용부는 지금이라도 최임위에 내년도 최저임금의 재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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