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은 성공적이었지만 누군가 이런 의견을 냈다. “우리는 빈 마을만 소탕하고 있다. 적은 산속에 숨었는데, 그들을 공격하지 않으면 전투를 회피했다는 비난을 받지 않을까?” 이렇게 시작한 공격은 대실패로 끝났다. 참사까지는 아니었지만 좁은 산곡에서 조선군은 기습을 당했고 패주했다. 필자는 현지에 가봤는데,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승리할 수 없는 지형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이 현지 지휘관만의 책임이었을까?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문자로만 전쟁을 배운 서생들의 비난을 곧잘 볼 수 있다. 그 덕에 공을 세운 무장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고 현장에서는 소신껏 지휘하지 못했다. 소신껏 지휘를 한 사람은 굴욕을 겪는다. 쓰시마섬을 정벌한 무신 이종무도 귀국한 뒤 바로 사소한 일로 트집을 잡혀 유배됐다가 죽었다. 민주사회에서 여론은 중요하지만 여론도 자신의 영역과 역할이 있다. 감정적인 여론이 전문가를 이기고, 비전문가가 전문가로 행세하는 사회는 올바른 길로 갈 수 없다. 쓰시마섬에서 전사한 병사들은 지휘관을 원망했을까, 아니면 지휘관을 그렇게 만든 세상을 더 원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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