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한 자유한국당을 혁신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정책실장과 대통령정책특보,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등을 거치며 각종 정책을 총괄한 핵심 인사다. 행정부(문재인 대통령)와 국회(문희상 국회의장)에 이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사령탑까지 모두 ‘노무현 청와대’ 출신이 이끌게 된 셈이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은 16일 기자회견에서 “김 교수는 참여정부 정책 혁신을 주도했다. 학자적 소신을 가지고 냉철한 현실 인식과 날카로운 비판 정신을 발휘해줄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병준 위원장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머뭇거리지 않는 한국당으로 변화하겠다”고도 했다. 대북 정책과 경제 문제에서 지나친 ‘우클릭’으로 중도성향의 표를 잃었다는 비판 등을 수용해 당 정체성의 근본적 변화도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내 논의 과정에서도 김 교수의 노무현 정부 이력은 장점으로 작용했다. 한 중진 의원은 “노무현, 문재인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예리하게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비대위원장 내정 전인 10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노무현 정부를 비교하며 한국당의 개혁 방향으로 ‘가치와 이미지의 혁신’을 제시했다. 그는 “진보와 민주당은 ‘상생’ ‘평화’ ‘환경’이란 가치를 점유하고 있고 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반면 보수와 한국당은 ‘근대화’ ‘성장’ ‘경제발전’이라는 가치 이후 미래 가치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화의 가치와 함께 제주해군기지 등 단단한 국방을 추구했지만 해군기지 등을 반대해온 현 여권은 평화 가치의 실현 능력은 미지수”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상생, 평화 가치의 이미지만 따온 세력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김 교수는 “한국당은 새로운 가치를 내걸고 추구하는 일관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그동안 김 교수의 이력을 놓고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김진태 의원 등 일부 의원은 의총에서 “보수진영 후보도 좋은 사람이 많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김 교수 외에 대안이 없다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비대위 출범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봉합 수순으로 접어들면서 17일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장 추인 절차는 큰 잡음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위에서 ‘김병준 비대위’가 추인을 받아도 비대위의 앞길에는 여전히 장애물이 많다. 비대위원 선임 문제뿐만 아니라 비대위의 권한과 기간 등에 대해 여전히 당내 의견 일치가 안 된 상태여서 다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친박(친박근혜)계 청산 등 인적 쇄신 여부 등은 모두 김 교수가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후 결정해야 할 몫이다.
비대위 준비위원장 겸 전국위원회 위원장인 안상수 의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봉숭아 학당’이 되지 않으려면 비대위원 수는 최소화해야 하고, 정부 정책을 견제하기 위해 경제 전문가가 꼭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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