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이 대중음악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가요나 팝송은 연주하는 사람마다 다른데, 클래식은 누구나 똑같은 악보를 놓고 그대로 연주하죠.”
한 음악 강의에서 들은 얘기입니다. 흠… 대체로 맞는 얘기입니다. ‘왜 그런지’에 대해 알아보려면 소리의 녹음과 대량 복제, 전기 증폭장치가 음악 문화에 끼친 영향을 길게 얘기해야 하기 때문에, 위의 간략한 설명을 이해하면서도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을 뿐이죠.
그런데 과연 클래식 음악은 누구나 악보를 똑같이 연주할까요? 악보를 해석하는 눈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같은 악보를 연주해도 연주자나 악단마다 다르게 들리고, 거기에 (클래식) 음악의 묘미가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클래식 음악도 의도적으로 악보와 다르게 연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지어 청중이 잘 모르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차이콥스키(사진)의 교향곡 5번 4악장이 그렇습니다.
곡이 마지막으로 나아가면서, 1악장 서두에 나왔던 우울한 단조 선율이 장조로 바뀌어 행진곡처럼 당당하게 진행됩니다. 현의 합주가 트럼펫으로 이어지고, 클라이맥스로 나아가면서 바이올린 파트가 E, F#, G#, A, B음까지 한 음씩 올라가며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이 순간, 금관악기 중 소리가 높은 트럼펫은 E 음을 다섯 번 그대로 불도록 악보에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지휘자는 트럼펫이 바이올린을 따라 B까지 올라가도록 합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음반을 찾아볼까요? 최근 연주에서 야프 판즈베던 지휘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악보 그대로 연주합니다. 그러나 사도 유타카가 지휘하는 베를린 도이치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트럼펫이 바이올린을 따라갑니다.
이유가 뭘까요? 차이콥스키는 바이올린만 선율을 연주해도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빚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러 지휘자들은 트럼펫이 받쳐주어야 효과가 난다고 판단했겠죠. 그런데 만약 청중이 분명히 다르다고 느낀다면, 지휘자들이 악보에서 벗어난 연주를 하기를 꺼렸을 겁니다. ‘작곡가의 의도를 분명히 벗어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우니까요. 이런 점을 알아나가는 것도 클래식 음악 듣기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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