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인 16일 ‘바다의 날’까지 사흘간의 연휴가 이어진 주말, 폭우 피해를 입은 서일본 피해지에는 일본 전국에서 1만60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여들었다. 전국적으로 35도가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지만 이들은 황금 같은 휴일을 이용해 피해를 입은 이웃을 돕는 데 구슬땀을 흘렸다.
자원봉사 활동은 14일부터 본격화했다. 심각한 침수 피해를 입은 오카야마(岡山)현 구라시키(倉敷)시 마비(眞備)정에서는 수몰된 건물 안에서 버려야 할 가구와 쓰레기들을 끄집어내 쓰레기장까지 옮기는 작업이 이뤄졌다. 가가와(香川)현의 대학 4학년생(21)은 “TV를 보고 뭔가 도울 수 있는 게 없을까 하고 생각했다. 집안이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아 카펫처럼 젖은 물건들을 끄집어내는 게 큰일”이라고 말했다.
마비정이 침수됐을 때 입원환자들이 남아 있었던 마비기념병원으로 주민들이 달려와 현관 부근에 쌓인 진흙을 삽으로 퍼냈다. 구라시키 시내 병원에서 온 남성 직원(61)은 “조금이라도 평소 상태로 돌아가는 데 보탬이 된다면 기쁘겠다”며 땀을 닦았다. 오카야마현은 15일 37도를 기록한 데 이어 16일과 17일에도 36도가 넘는 고온이 이어졌다.
폭우 피해 현장은 재해로 인한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인 데다 그늘이 거의 없어 땡볕 아래에서 작업해야 한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 자원봉사자들은 불볕더위에 피부를 노출하지 않으려고 긴팔 긴바지에 고무장갑을 끼고 전염병을 우려해 마스크까지 한 채 작업하면서 땀을 흘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자원봉사의 철칙은 현지 피해자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이 잘 침낭을 준비하고 자신이 먹고 마실 것을 챙겨 가는 준비성을 보였다. 폭염에 일부 자원봉사자들이 열사병으로 쓰러지자 구라시키시 사회복지협의회에서는 자원봉사자들에게 20분간 작업하면 10분간 휴식하도록 하는 자체 규칙을 만들기도 했다.
서일본 폭우로 인한 피해 집계는 아직 진행 중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6일 현재 사망 219명, 실종자는 21명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번 재해를 ‘특정비상재해’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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