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대다수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한파가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수출과 내수 부진에 일자리 쇼크까지 대한민국 호(號)가 암초를 만나 필사의 항해를 하고 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도 힘에 부치는 판에 중소기업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온갖 난관을 뚫고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공공기관과 기업도 적지 않다. 과감한 개혁과 지속적인 혁신으로 꺼져가는 성장 엔진에 불씨를 되살리고 있는 한국경제의 조타수들이다.
국가 경제가 저성장의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도 혁신경영의 주인공들은 더 높이 날아오르려는 자세로 희망을 외치고 있다. 불황에 주눅 들지 않는 변신과 혁신의 귀재들은 숱한 역경과 실패도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반드시 해낸다는 ‘근성’과 ‘도전’이 이들의 공통된 성공 DNA다.
동아일보는 불황기에 오히려 더 높이 평가받는 기업과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들을 가려내 ‘2018 한국의 혁신대상’ 수상자들을 24일 발표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진정으로 외부 고객인 소비자와 내부 고객인 구성원을 위하고 감동시켜 온 혁신경영의 주인공들이다. 이들 기업, 기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주도적으로 기술·제품·서비스에서 혁신을 이루고 경영혁신을 통해 체질을 경쟁력 있게 개선했다.
올해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딘 이 행사는 탁월한 경영·행정 능력을 발휘해 대외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 성장 동력을 재점화하는 기업인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공기관을 발굴해 시상하고 독려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가 후원했다.
이번에 선정된 31곳은 피 말리는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기업·공공기관·지자체를 경영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한 기업인은 “혁신은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그만큼 어렵고 힘들고 고된 과정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심사는 △혁신경영인 △기술혁신 △메디컬혁신 △ICT혁신 △서비스혁신 △교육혁신 △금융혁신 △제품혁신 △환경·안전혁신 △고객가치혁신 △공공혁신 △사회혁신 △지방자치혁신 13개 부문에 걸쳐 진행됐다. 먼저 4월 1일부터 30일까지 기초조사를 통해 후보군을 선정하고 1, 2차 서류심사를 거쳐 지난 달 부문별·항목별 전문가 평가가 이뤄졌다. 심사는 국내 산학 전문가 5명이 참여했다.
심사 결과 혁신과 집중화로 무장한 기업·단체들이 불황의 무풍지대에 있었다. 최고를 추구하는 정신을 갖고 무수한 실험 끝에 내·외부 고객이 원하는 혁신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동종업계에서 고공행진하고 있었다. 혁신의 주인공들은 한줌의 게으름도 허용하지 않고 창조적 파괴와 혁신을 거듭했다.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 채찍질로 새로운 먹을거리를 발굴하는 일은 기업과 공공기관이라고 해서 소홀히 할 수 없는 백년대계라는 점을 명확하게 말해줬다. 끝 모를 불황이 누군가에게는 불운의 연속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재도약의 시작이었다. 이것이 불황을 뚫는 혁신경영의 성공 DNA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각 분야에서 마켓리더가 된 강철같이 강한 기업과 단체들, 장기화되는 불황 속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그들의 무한도전이 주목받고 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혁신은 대한민국 발전의 필수요건”
▼ 심사평 / 유창조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
동아일보는 ‘한국의 혁신 대상’을 올해 처음으로 마련하였다. 이 상의 취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 제품, 서비스에서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성장 동력을 발굴한 기관 단체들의 사례를 사회에 전파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학계 및 산업계 5명의 전문가로 심사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심사위원회는 첫 번째 단계로 기초조사를 통해 수상부문과 평가기준을 선정하고 이를 안내해 후보기관의 신청을 접수하였다. 두 번째로 심사위원회는 응모한 기업들이 제출한 공적서를 바탕으로 경영전략과 비전, 실행된 경영활동, 성과를 평가하여 부문별로 수상후보사를 선정(1000점 만점에 800점 이상)하였다. 마지막으로 심사위원회는 수상후보사의 대내외 평가와 관련된 자료를 확보하여 검토한 후 심사위원회 전원합의로 수상부문별로 최종 수상사를 선정하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현상은 불확실하고 모호하고 복잡하지만 그 결과의 파급력은 매우 크고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초연결성, 공유, 수평적 관계로 요약되고 인간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방향으로의 진행이 예상된다. 이런 시대에 정부도 수요 측면의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공급 측면의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즉, 정부는 한국인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경제발전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의 구현 가능성은 혁신을 통한 성장동력 발굴을 통한 소득수준의 향상이 가능하냐에 달려 있다. 이제 혁신은 대한민국 발전의 필수요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혁신은 시대적 패러다임에 맞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해 도입하고 개발해 실용화하는 전 과정이고, 혁신의 결과는 재편된 산업 및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우위 확보로 나타나게 된다. 즉,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산업에선 과거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생산요소의 결합을 통한 혁신으로 산업이 발전하고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 중심의 새로운 질서가 형성될 것이다. 이와 같이 혁신이 요구되는 시기에 경영자는 버리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첫째, 경영자는 익숙한 과거의 경영방식을 버려야 한다. 국내기업들은 과거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독자경영, 폐쇄형 경영, 비공개적 경영을 추구해 왔고 이러한 방식은 그 시대에 나름대로 성과를 내 왔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익숙한 경영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하는 개방형 및 협력 경영을 통해 새로운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경영자의 모험심이 요구된다. 둘째, 경영자는 과거의 성공방식을 버려야 한다. 과거의 성공방식을 고수하고 발전시켜 나가려고 노력하는 것은 새로운 시장질서에서 서서히 도태되는 결과만을 가져다 줄 뿐이다. 새로운 질서에 맞는 새로운 성공방식을 개발해야 하고 이에 도전하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육성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익중심의 경영철학을 버려야 한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을 창출하는 데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은 기업가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경영을 통해 사회발전과 사회개혁을 추구하는 기업들만이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하다고 제안한다. 시대정신에 맞는 경영철학의 정립이 무엇보다도 요구된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대한민국의 4차산업혁명 시대의 준비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오늘 수상하는 경영자와 기업들은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을 통한 변화를 통해 미래를 준비해 왔다. 여러분들이 발휘하고 있는 혁신정신이 사회에 전파되어 미래 대한민국 혁신성장의 주춧돌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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