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안희정에 왜 4번이나 당했냐고?…범행 후 늘 사과하며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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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7월 27일 15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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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안희정 전 충남지사, 김지은 씨. 사진=동아일보DB, JTBC ‘뉴스룸’ 캡처
(왼쪽부터) 안희정 전 충남지사, 김지은 씨. 사진=동아일보DB, JTBC ‘뉴스룸’ 캡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지은 씨(전 정무비서)는 가장 힘들었던 날은 2월 25일 안 전 지사의 마지막 범행일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27일 오전 10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제게 가장 괴로웠던 날은 2월 25일 지사의 마지막 범행이 있었던 날이다. 피고인은 당시 미투를 언급하며 ‘네게 상처가 되는 것을 알았다, 그때 괜찮았느냐, 미안하다’며 사과하듯 처음에 말을 꺼냈지만, 결국 제게 미투 하지 말라는 압박을 드러내며 그날 또다시 성폭행을 가하였다. 어지럼증과 두통, 출혈이 왔고 몸도 너무나 아팠다. 참혹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제 입을 막았다고 생각한 피고인은 그 다음 주인 3월 5일 오전에 미투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태연히 했다"라며 "추악한 진짜 모습과 달리 외부에는 민주주의, 젠더, 소통을 말하며 꾸며진 이미지로 정치를 하는 피고인은 괴물처럼 보였고 무서웠다"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사람들이 제게 묻는다. 왜 네 번이나 당했냐고. 제가 피고인에게 묻고 싶다. 제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 계속 ‘잊어라 잊어라 이젠 그러지 않겠노라’ 하더니 왜 한 번 더, 폭력까지 써가며 다음 날엔 ‘너무 부끄럽고 미안하다, 잊어라’ 하고, 또 한 번 더, 최대한의 거절의사를 표현한 저를 결국 제압하고 성폭행하고, 그리고는 ‘아름다운 스위스의 풍경만 기억하고 다 잊어라 잊어라 잊어라’ 하고, 그때마다 모든 걸 다 없는 기억으로 없애고 잊고 살아보려 했는데, 다시 한 번 불러서 ‘혹시 너 미투할 거냐’ 압박을 가하면서 성폭행하고. 제게는 네 번이 아니라 각각이 한 번 한 번 다 다르게 갑자기 당한 성폭행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한 번도 피고인을 상사 그 이상, 이하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라며 "피고인과 교감을 하거나 그를 이성으로 보거나 동경해본 적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사님이었고 제가 모시는 상사였을 뿐이다. 피해를 당할 당시에도 저는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거절을 표현했다"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피고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제가 피고인을 상사로만 대해 왔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피고인도 저를 참모로, 직원으로 생각했다. 범행 이후 항상 사과할 때마다 ‘내가 어린 너를 가져서 미안하다. 내가 너무 외롭고 힘들어서 너를 가졌다. 내 직원에게 부끄러운 짓을 해서 미안하다. 듬직한 참모로 나는 너를 신뢰하고 의지한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씩씩하게 일하자’며 상사와 부하직원으로서 미안함을 표현했다"라며 "저는 그 사과를 들을 때마다 범죄의 기억을 잊으려 노력했고, 스스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라고 되뇌기도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목석같이 누워있던 제게 피고인이 행했던 폭행들은 모두 이루 말할 수 없다. 피고인이 저를 범했을 때의 그 두려움은 지금도 소스라치게 괴로우며 치욕스럽다"라며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다시 직원으로서 그 시간과 그 장소로 돌아가게 된다면, 저는 여전히 소리 지르지 못했을 것이고, 도망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제가 거절하면 되는 거 아니냐며 쉽게 말한다. 하지만 피고인의 무서운 눈빛에 제압당하고, 꼼짝달싹 못하고 얼어붙게 되고, 피고인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제가 어떻게 했어야 했냐. 소리치고, 두 손으로 팔로 지사를 세게 밀쳐내고 문을 어떻게든 열어서 막 뛰어나와, 복도에서 뛰면서 다른 방 문을 두드려서 ‘지사님이 저를 성폭력 해요’ 외치면서 신고해달라고 소동을 일으켰어야 했냐. 위력이 있는 관계에서 그런 일이 있었을 때 어떤 피해자가 그렇게 할 수 있냐"라고 말했다.

김 씨는 "제가 아는 정치권의 사람들은 지사와 지사 사단의 사람들이 전부였다. 누구는 캠프에서 일하다 다른 대선 캠프로, 청와대로, 지사의 연구소로, 국회의원실로 간다. 그들이 모두 저를 낙인 찍어버리면 어느 곳에도 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컸다"라며 "지사님은 제 고용인이었고, 정무직은 다른 도청 공무원이랑 다른 고용이었다. 게다가 평판조회가 가장 중요시되는 정치권에서 저는 지사님의 말 한마디로 평생 절대 일을 못 구할 수도 있고, 계속 추천받으며 재취업할 수도 있다. 지사님의 한마디로 다 되는 일이다. 피고인은 이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했다.

아울러 김 씨는 "재판장님, 그리고 대한민국의 사법부에 간절히 청한다. 이 사건은 정의 앞에, 법 앞에 바로 서야 한다. 우리 사회의 한계로 인해 이런 사건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피고인은, 피고인과 같은 또 다른 권력자들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더 큰 괴물이 될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김지은 전 정무비서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4월 11일 불구속 기소됐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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