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를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린 1등 공신은 배우 앤젤리나 졸리입니다. 그는 2013년 유방암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유전자 검사 결과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나오자 멀쩡한 자신의 유방 조직을 제거했습니다.
질병의 치료나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는 지금까지 1000여 종이 발견됐습니다.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은 다양한 유전체 분석 기법을 활용해 질병 예측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23&ME’라는 회사는 이미 50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한국에도 테라젠이텍스, 마크로젠, 랩지노믹스 등 기업 10여 곳이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전자 검사만으로 폐암이나 대장암 등 특정 질환이 반드시 생긴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대부분의 질병은 유전자 하나만 가지고 결정되지 않으니까요. 후천적 요인과 환경적 인자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전자 검사에서 대장암 위험도가 높게 나오면 대장내시경을 권유하고, 당뇨병 위험이 높다면 추가 정밀검사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 후에는 생활습관의 개선과 조기 진단 등을 유도해 결과적으로 더욱 건강한 삶을 살도록 하는 만큼 유전자 분석 활용은 의미가 있습니다.
병원에선 질병 발생 시 환자에게 효율적인 치료법을 찾는 데 유전체 분석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모든 의약품이 모든 사람에게 듣는 것은 아닙니다. 약물 유전체를 분석해 환자에게 적합한 효과 좋은 약 성분과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효과가 크지 않아 피해야 할 약 성분을 미리 알 수 있는 것이죠. 암이나 희귀질환에 걸렸다면 질병의 원인을 분석해 이에 맞는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유전체 분석 서비스는 크게 2종류로 나눕니다. 병원에서 실시하는 서비스와 소비자가 직접 기업에 의뢰하는 서비스입니다. 후자를 DT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접 의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질병 진단 시 반드시 의료기관을 통해서만 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처럼 DTC를 통한 질병 진단이 불가능하죠.
다만 2016년 6월부터 제한적으로 비질병 분야에 한해 DTC 유전자 검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DTC 유전자 검사는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피부 노화 등 12가지 분야로 제한돼 있고, 질병 예측 분야가 빠져 있어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DTC 검사와 타 분야의 제휴가 활발합니다. 대표적으로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제공하기 위한 컨설팅에 DTC 검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 개인 피부별 맞춤형 화장품 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피부 노화, 탄력, 색소 침착 등 외모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특징을 파악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죠. 이외에 △맞춤형 다이어트를 위한 컨설팅 △개인의 체질에 맞는 식단 및 운동 △맞춤형 도시락 등을 제공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DTC의 활용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와 업계, 의료계는 3월 현행 12가지로 제한된 DTC 항목을 질병 예방과 관리 등을 포함해 최대 150여 개로 늘리는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연내 법 개정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일상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분야에서 유전자 검사가 활용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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