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자소서 표절? AI가 콕 집어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4일 03시 00분


채용때 ‘인공지능 심사’ 도입 확산


각 기업의 하반기(7∼12월) 채용시장이 본격 열린 가운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면접이 진행되는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채용에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개인정보를 가린 블라인드 면접이 확산되면서 ‘스펙’보다는 ‘실무 이해도’가 높은 지원자에게 유리한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 기업들 “AI 채용, 효율성·객관성 높여”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CJ그룹은 하반기 채용에서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올해 상반기(1∼6월) 백화점, 마트 등 5개 계열사의 채용에만 적용했던 AI 자기소개서 분석시스템을 하반기 채용에서는 전 계열사로 확대한다. 서류전형 과정에서 AI시스템으로 표절률을 인식해 지원자가 인터넷 등을 베껴서 자기소개서를 썼는지를 검증한다. 롯데에 지원했던 기존 지원자의 자기소개서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해 이들의 자기소개서와 중복되는 단어가 5개 연속 나오면 표절로 판단한다. 실제로 올 상반기 채용에서 2%가량의 지원자가 AI의 표절시스템에 걸려 서류전형을 통과하지 못했다.

AI는 면접에서도 활용된다. 면접에 들어가기 전에 면접관은 AI가 분석한 ‘필요인재부합도’를 반영한 자기소개서를 읽게 된다. 예를 들어 롯데백화점이 ‘열정’이라는 키워드를 중요하게 본다면 구직자가 쓴 자기소개서 가운데 열정이라는 단어가 적힌 부분의 색상을 다르게 표시해 주는 식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원자가 회사와 얼마나 맞는 인재인지를 점검하는 데 AI 분석은 참고사항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CJ그룹은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등 8개 계열사의 하반기 공채에서 ‘AI 서류전형 평가툴’을 처음 도입한다. 이 시스템은 수천 명에 이르는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요약하고 중요한 부분을 강조해 주기도 한다. 지원자의 채용 관련 질문을 24시간 받기 위해 AI 채팅 서비스인 ‘CJ지원자 도우미’도 올해 처음 도입됐다.

기업들이 잇달아 AI를 도입하는 배경은 채용 과정의 효율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상반기에 AI를 도입해봤던 한 기업 관계자는 “실제로 면접을 진행하고 채용해본 결과 AI시스템이 분석한 자료가 상당히 신뢰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구직자들도 이 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대학생 황모 씨(24)는 “채용 비리가 잇달아 터져 나오는데 나처럼 뒷배가 없는 사람들은 사람보다는 AI시스템이 더 신뢰가 간다”며 “AI 면접관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블라인드 채용 중견기업 확산

현 정부의 정책 기조인 ‘블라인드 채용’도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토털인테리어업체인 한샘은 지난달 시작한 영업사원 공채에서 블라인드 채용 방식인 ‘홈 리더’ 전형을 도입했다. 자기소개서에 이름과 연락처 외에는 개인정보를 쓸 수 없고 사진이나 나이를 쓰면 감점 대상이다. 한샘 관계자는 “상반기 영업직 공채를 진행하며 ‘스펙’보다는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올해 제약업계에선 처음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영어, 중국어 외의 외국어가 취업의 ‘히든카드’가 되기도 한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은 하반기 인턴 영양사와 조리사 채용에서 베트남어 능통자를 우대한다고 공고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에 있는 LG 공장의 급식소와 현지 호텔에서 일할 인력”이라며 “정식 채용 뒤 현지로 파견을 가면 파견수당이 더해져 국내 근무보다 연봉 면에서 낫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채용 과정에서 1차 테스트를 아예 집이나 학교에서 보기도 한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서류전형에서 군 경력이나 대학 졸업 자격 등 최소한의 사항만 보기로 했다. 그 대신 1차 온라인 코딩 테스트를 지원자가 집에서 보도록 해 최대한 많은 지원자가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했다. NHN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2차부터는 면접관 앞에서 구술로 능력을 검증한다”면서 “더 많은 인재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이같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신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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