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이르면 이번 주에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기로 한 가운데 진보 진영에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개혁 긴급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에 반대하는 일부 야당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성토가 이어졌다. 민주평화당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와 함께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야당 의원들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정부가 내놓기로 한 공급 확대 방안이 시장을 더 들끓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판교신도시 개발이 자주 언급됐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참여정부 당시 판교를 ‘제2의 강남’으로 만들어 서울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그린벨트까지 해제했지만 결국 강남과 판교 모두 가격이 폭등했다”며 “판교에서처럼 (건설사가) 새 아파트를 비싼 값에 분양하게 되면 결국 또 집값 상승만 부추길 것”이라고 했다. 경실련은 판교신도시 개발 당시 정부가 해당 토지를 3.3m²당 93만 원에 강제 수용했는데 아파트 분양이 끝난 뒤에는 인근 토지 시세가 3.3m²당 2542만 원으로 뛰었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개발로 인한 이익 19조 원은 모두 공기업과 건설사, 입주자에게 돌아갔을 뿐 집값 안정 효과는 없었다”고 했다.
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은 “판교 개발도 당시 강남 집값 급등이 공급 부족 때문이라는 의견 때문에 진행된 것”이라며 “그때보다 시장이 더 비이성적인 상황에서 공급을 늘리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일반분양 대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이명박 정부 당시 강남권에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자 인근 대치동 은마아파트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했다. 같은 당 천정배 의원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대신에 영구임대주택으로 공급하면 현재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꿀 수 있다”며 “정부가 이번 대책을 통해 분명한 정책적 신호를 시장에 보내주면 좋겠다”고 했다.
토론에 참석한 이태훈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총괄과장은 “국토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의 핵심은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려는 것이지만 기존 지역에는 이를 지을 수 있는 땅이 부족하기 때문에 신규 택지를 추가로 공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 가운데 35%는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도록 돼 있다. 국토부는 나머지 분양 물량 역시 신혼희망타운 등으로 시세보다 싸게 공급해 판교신도시 때와 같은 과열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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