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면역체크 포인트 억제제’ 모든 환자에 효과 있는 것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1일 03시 00분


항암 면역치료

항암 면역치료의 경우 환자가 암에 걸린 이유도 다르지만 환자 각각의 면역 시스템도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치료법이 절실하다. 픽사베이
항암 면역치료의 경우 환자가 암에 걸린 이유도 다르지만 환자 각각의 면역 시스템도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치료법이 절실하다. 픽사베이
이호준 스탠퍼드 의대 종양학과 연구교수
이호준 스탠퍼드 의대 종양학과 연구교수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이 면역체크 포인트 억제제를 연구한 두 과학자에게 주어지면서 항암 면역치료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현재 항암 면역치료에는 면역체크 포인트 억제제 말고도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적응 T-세포 요법(Adoptive T cell therapy), 암 백신 등 다양한 방법이 있고 더 많은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톨스토이의 한 소설은 다음의 문장으로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족은 제 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질병도 비슷하다. 건강한 사람은 비슷한 이유로 건강하지만 암 환자들은 제 각각의 이유로 암에 걸리게 된다. 이 때문에 치료법이 일부 환자들에게는 효과가 있는데 다른 환자들에게는 효과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환자의 면역 시스템을 이용하는 항암 면역치료의 경우 환자가 암에 걸린 이유도 다르지만 환자 각각의 면역 시스템도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치료법이 절실하다.

그러면 어떻게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은 환자의 암 세포들과 면역 세포들의 유전체 정보를 통해서 엿볼 수 있다. 면역체크 포인트 억제제의 경우 모든 암 환자들이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80% 정도가 효과를 보는 림프종도 있지만 10∼40% 정도만 효과를 보는 암 종들이 많다. 현재 세 가지의 유전체 분석 정보를 통해 어떤 환자들이 효과를 볼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우선 면역체크 포인트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많이 발현돼 있는 환자들이 면역체크 포인트 억제제에 효과를 볼 것이다. 두 번째로 돌연변이가 아주 많이 발견되는 암 환자들의 경우이다. 돌연변이가 많은 암의 경우 “나는 암이오”라는 표적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면역 시스템에 쉽게 들킨다. 이러한 암들은 면역체크 포인트를 사용해서 면역 시스템의 공격을 피한다. 실제로 작년에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돌연변이가 많은 환자들에게 면역체크 포인트 억제제가 효과가 높다는 것을 보여줬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암 종류와 상관없이 처음으로 유전자 마커만 가지고 면역체크 포인트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했다.

세 번째로 얼마나 많은 면역세포들이 암 세포들 사이에 존재하는가를 보고 예측할 수 있다. 보통 면역 시스템이 암을 공격하지만 암에게 져서 암이라고 진단을 받게 된다. 어떤 환자들은 많은 면역 세포들이 암을 공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졌을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면역세포들이 공격을 못 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역 체크 포인트 억제제를 쓰더라도 막상 암을 공격할 수 있는 면역세포들이 많지 않아서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다. 면역세포에만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유전자들이 조직 검사에 사용된 암 조직 내에서 검출 되는 양으로 얼마나 많은 면역세포들이 존재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유전체 검사를 통해 면역체크 포인트 억제제가 효과가 없을 거라고 예측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돌연변이가 많이 없다고 검사 결과가 나온 환자의 경우 그 환자가 가지고 있는 일부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삼는 백신이 효과가 좋을 것이다. 암 조직 내에 면역세포가 많지 않은 환자는 면역세포를 꺼낸 다음 실험적으로 많이 키워서 다시 환자에게 넣어주는 적응 T-세포 요법이 효과적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앞으로 더 다양한 유전체 분석 연구를 통해 암 환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맞춤형 항암 치료제가 진행될 것이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호준 스탠퍼드 의대 종양학과 연구교수
#헬스동아#건강#항암면역#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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