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59·예비역 중장)은 미국에 체류하면서 최근 주변에 이 같은 뜻을 전했다고 한다. 7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군·검 합동수사단은 조 전 사령관을 기소중지하고 수사를 중단했다. 합수단은 “계엄령 검토 문건 사건이 내란음모죄에 해당하는지를 최종 판단하기 위해 핵심 피의자인 조 전 사령관을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 전 사령관 입에 달린 수사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출국한 조 전 사령관이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귀국을 거부하는 이유는 수사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조 전 사령관의 형제 10여 명 중 대부분이 미국 시카고 등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사령관 부모의 묘소도 미국에 있다고 한다.
외교부는 합수단의 요청으로 이르면 이달 중순 조 전 사령관의 여권 무효화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조 전 사령관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 심사도 진행 중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가족들이 도움을 주더라도 미국에 있는 동안 계속 도피생활을 이어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조 전 사령관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참가 인원이 100만 명을 넘긴 2016년 11월 15일부터 계엄령 검토가 이뤄진 지난해 2월 10일까지 4차례 청와대를 방문했다. 조 전 사령관의 차량 운행기록과 부관의 일지, 청와대 출입기록 등을 대조한 결과다.
특히 2016년 12월 5일에는 사전에 일정을 잡지 않고, 갑자기 청와대에 들어갔다. 합수단 관계자는 “그만큼 다급하게 청와대 들어갈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때 박 전 대통령과 계엄령 검토를 상의한 건 아닌지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출입기록만으로 조 전 사령관이 구체적으로 누구를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사무실별로 출입기록이 남지도 않고, 민감한 사항이라면 제3의 장소에서 만났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합수단은 정황 증거로 공모자의 윤곽을 갖고 있지만 조 전 사령관의 구체적인 진술이 있어야만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 대통령 지시로 합수단 구성… 204명 조사
이번 수사는 올 7월 초 ‘전시계획 및 합수업무 수행 방안’ 문건(지난해 2월 작성)이 국회에서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인도를 방문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독립수사단을 구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문 대통령은 귀국 후 국방부와 기무사, 관련 부대 사이에 오간 계엄령 관련 문건과 보고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국방부는 7월 24일 ‘탄핵 기각 시 실행’ 내용이 반영된 계엄령 문건 세부자료를 공개했다. 그 이틀 뒤 합수단은 검사 7명과 군 특별수사단 소속 군 검사 8명 등 총 37명으로 꾸려졌다. 104일 동안 합수단은 대통령기록관과 기무사, 육군본부 등 90곳을 압수수색했고, 204명을 조사했다.
합수단은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지시로 2016년 10월 안보실 소속 실무 장교가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앉히는 방안과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시 계엄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검토했다는 진술과 관련 문건을 확보했다. 이 내용은 지난해 2월 기무사에서 작성된 계엄령 검토 문건에 그대로 담겨 있다.
조 전 사령관을 기소 중지한 합수단은 공모 혐의로 고발된 박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김 전 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8명을 참고인 중지했다. 조 전 사령관 윗선 수사가 잠정 중단된 것이다. 다만 실무 총괄을 맡은 소강원 전 참모장(55·수감 중)과 기우진 전 5처장 등은 계엄령 검토 문건이 정상적인 훈련용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속인 허위 공문을 작성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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