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전’이 따로 없다. 요즘 열풍이 불고 있는 로또복권에 당첨돼서가 아니다. 정말 멋있게 삶이 ‘180도’ 바뀌었다. 사고를 연거푸 당해 골골하던 몸이 운동이란 활력소를 통해서 팔팔하게 됐다. 몸이 달라지니 세상이 달라졌다. 이젠 운동이 일상이 됐고 그 운동을 널리 전파하고 있다. ‘운동 전도사’란 말이 어울린다. 소통에 대한 강연과 책을 쓰는 오세진 작가(37) 이야기다.
그는 2014년 6월부터 2015년 7월까지 1년 여 기간에 교통사고에 3차례 연루됐다. 처음은 앞서가던 차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들이 받았고 두 번째는 서울 남산 터널에서 광역버스에 받쳤다. 그리고 마지막엔 서울 서초IC 부근에서 다시 후방에서 추돌 당했다.
“외상은 없었지만 사고 후 한동안 무릎이 시큰거렸고 손목도 욱신거렸다. 허리와 목도 마찬가지였다. 몸 여기저기서 신호를 보내올 때면 ‘내일 비가 오려나보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일을 해도 집중이 안 됐다. 한번은 약속을 잡아놓고 아파서 약을 먹고 자는 바람에 2시간 뒤에 간 적이 있다. 그 때 한 분이 ‘너의 의지는 믿는데 네 몸은 못 믿는다’는 말을 했다. 너무 부끄러웠다.”
20대부터 운동을 시작해 건강은 자신했는데 사고 3번에 무너진 자신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다시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하기로 맘을 먹었다.
“사실 20대에는 예뻐지기 위해 운동을 했다. 다이어트가 주 목적이었고 허리라인 등 어떻게 하면 몸매를 멋있게 보일까를 고민했다. 이번엔 살기 위해 시작했다. 몸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운동하기 위해 헬스클럽을 찾았더니 트레이너가 ‘왜 운동하세요’라고 하기에 ‘허리 건강을 위해서’라고 답한 적이 있다. 정말 아프지 않고 싶었다.”
아프면 삶의 중심이 아픈 곳에 집중된다.
“언젠가 어떤 분이 ‘네 삶의 중심이 뭐냐’고 물었다. 대답을 잘 하지 못하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삶의 중심이 아픈 것이다’고 했다. 맞았다. 아프면 어떤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삶의 중심이 아픈 것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건강을 잃으면 돈이고 명예고 다 소용없다’는 말은 진리였다.”
다시 운동을 시작할 때 케틀 벨(Kettle Bell)을 만났다. 쇠로 만든 공에 손잡이를 붙인 중량기구로 소의 목에 다는 벨과 모양이 유사해 붙여진 이름이다. 링 웨이트(Ring Weight)라고도 한다.
“사고 당하기 전 운동할 때 도움을 준 트레이너를 찾았는데 케틀 벨 운동법을 전수하고 있었다. 내가 어떤 상황인지를 잘 설명했더니 케틀 벨 운동을 권했다. 허리 강화는 물론이고 몸의 올바른 기능을 회복시켜준다고 했다.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하면 할수록 몸이 달라졌다.”
이런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전혀 알 수 없는’ 느낌. 진짜 몸이 달라졌다.
“누가 들으면 거짓말이라고 할 것이다. 운동을 지속하면서 몸이 좋아졌다. 운동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목과 허리의 만성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웨이트트레이닝은 팔과 다리, 몸통 등 분할운동이다. 케틀 벨은 몸의 협응력, 전반적인 밸런스를 잡아주는 운동이었다. 속칭 코어를 발달시키는 운동이었는데 정말 내 몸에 좋은 효과를 줬다.”
케틀 벨 운동은 수련하는 느낌을 줬다. 케틀 벨로 스윙 동작을 하면서 작은 성취감도 느꼈다. 8kg, 12kg으로도 힘겨워 했는데 지금은 24kg으로도 가뿐하게 운동을 할 수 있다. 웨이트트레이닝처럼 팔 다리 따로 하지 않아도 온 몸이 균형이 잡혀갔다. 어느 순간 삶이 달라졌다. 짜증나고 골골한 삶은 살아졌고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삶이 찾아왔다. 사는 게 행복했다. 일도 잘 됐다. 아플 땐 잘 해결되지 않던 일들이 술술 잘 풀렸다. 역시 아프지 않고 건강해야 인생을 즐길 수 있었다.
“운동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건강을 잘 유지하는 사람들은 ‘해냈다’ ‘강해졌다’ ‘어제보다 좋아지고 있다’ ‘뭐든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온몸을 휘감고 있다. 자신감은 자만이나 오만, 거만과는 다른 개념이다. 문자 그대로 ‘스스로 믿는 마음’이다. 매 순간 성취감을 맛보는 긍정적인 마음작용은 자존감도 향상시킨다.”
몸이 좋아지면서 달리기에도 도전했다. 한국CEO연구소 강경태 소장의 권유였다.
“솔직히 달리는 것을 싫어했다. 달리는 사람들을 보고 ‘왜 달려야하지?’란 의문을 품었었다. 그런데 마라톤에 빠진 강 소장님의 악착같은 권유로 달려보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지난해 9월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9월 10일 10km 단축마라톤에 출전해 1시간30분에 완주했다.
“뭐 이런 것 있지 않나. 생각지도 않는 대회에 출전했는데 완주 메달을 받았다. 준비도 하지 않고 설렁설렁 달렸는데 완주라니…. ‘좀 더 노력하면 10분은 단축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2주 뒤 다시 10km에 도전해 완주했다. 올초부터 뉴발란스 러닝팀 NBx에 가입해 달리고 있다.”
달리면 뭐가 좋을까.
“언젠가 TV를 보는데 매주 10km를 완주하는 4살짜리 아이가 나왔다. 이모 따라 마라톤대회에 응원하러 갔다가 달리기에 빠진 아이였다. 방송 PD가 신기해하며 그 아이에게 물었다. ‘왜 달리냐’고. 그 때 그 아이는 ‘결승선을 통과해보지 않은 사람은 말해줘도 몰라요’라고 말했다. 그 말이 정답이었다. 아무리 설명해도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
올해부터는 산을 달리고 있다.
“동호회에 가입해 달리고 있었는데 회원들이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하기에 따라 갔다. 올 4월 코리아 50km 트레일러닝에서 10km를 처음 완주했다. 산을 달린다고 해서 훈련을 많이 했는데 힘들었다. 하지만 산이 나를 환영해주는 느낌에 너무 행복하게 달렸다.”
그에게 산은 소통의 공간이었다.
“6년 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등반을 한 적이 있다. 하루 8시간씩, 많게는 14시간 씩 걸었다. 그 때 휴대폰 등 모든 문명의 이기와 단절돼 초반엔 불안했었다. 그런데 3,4일 걷기를 반복하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때부터 같이 간 동료들의 얘기가 들리고 자연도 보였다.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을 받았다. 산을 달릴 때 그 추억이 떠오른다.”
올 9월엔 와일드트레일 인제 30km 여자부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내 숨소리를 들으며 나만에 집중하며 즐겁게 달리고 있었다. 20km까지 갔을 때 3위라고 했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욕심을 냈는데 앞 주자를 따라 잡을 수 없었다. 오르막 내리막이 있어 쉽게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아 나도 멈추지 않으면 뒤 주자가 따라오지 못하겠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결국 3위를 했다.”
6시간22분. 전혀 힘들지가 않았다. 행복했다. 달기기 시작해 1년 만의 일이다. 지난 4일에는 jtbc마라톤에서 풀코스에 처음 도전해 완주했다.
“목표가 4시간 안쪽이었는데 4시간30분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32km를 너머서면서부터 다리 경련이 와 걷기 힘든 상황이 찾아왔는데 경찰과 달리던 주자들이 다리를 주물러주며 경련을 풀어줘 다시 달릴 수 있었다.”
대기업에서 소통을 주제로 강연을 하는 전문 강사이기도 한 오 작가는 주제를 몸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바꿨다.
“강연 주제가 ‘나를 찾아가는 여행, 너와 함께 하는 동행’이다. 사람이 누구와 대화할 때 그 사람과 대화하기 전에 내 몸, 나를 찾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타자의 얘기가 들린다. 타자의 얘기가 들리면 조직에서 원하는 동반성장을 위한 협력이 이뤄진다. 그래야 하나 되어 더 높은 곳을 날아갈 수 있는 비행을 시작할 수 있다. 소통과 몸은 얼마든지 융합할 수 있다. 결국 내 몸이 건강해야 나는 물론 남과도 소통할 수 있다.”
오 작가는 자신의 이런 경험을 ‘몸이 답이다’는 책으로 풀어냈다.
“책의 핵심은 성형(成炯)이다. 이룰 성에 빛날 형자. 성형 수술할 때 쓰는 형태 형(形)이 아니다. 빛남을 이루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빛나는 삶을 살자는 이야기다. 적정체중을 유지하고, 몸과 마음을 위해 운동을 하고,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하고, 도전하고, 사랑하자는 것이다. 그 구심점에 몸이 있다.”
오 작가는 ‘행동이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을지라도 행동 없는 행복이란 없다’는 토마스 제퍼슨의 말과 ‘우리들의 행복은 십중팔구 건강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보통이다’는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선 행동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행복은 건강해야 오는 것이고 건강하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남들처럼 살면 초라하고 나를 위해 살면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내가 원하는 삶보다는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사는 경향이 있다. 내 삶의 핵심 가치를 찾고 내가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게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선 몸이 기반이다. 우린 몸을 통해서 살고 몸을 통해서 느낀다. 건강하지 못하고 아픈 몸이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성형(成炯), 삶에서 빛나는 순간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몸에서 찾아야 한다.”
오 작가는 몸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GFM(Ground Force Method) 지도자 자격증도 땄다.
“아이가 누워있다 기고, 서서 걷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듯 그 원초적인 움직임들을 운동으로 만든 것이 GFM이다. 발목부터 머리까지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운동법, 몸의 기능을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운동법이라 배웠다.”
지금은 케틀 벨 지도자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케틀 벨을 가르치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냥 좋아하는 운동을 더 재밌게 하기 위해 공부하는 차원이다. 난 좋아하는 일을 하면 언젠가 돈이나 명예는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 언젠가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란 믿음이다.”
오 작가는 자신을 너무 믿고 몸을 망가뜨리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뤽 낭시가 쓴 ‘코르푸스’에 ‘확신이 탐욕을 받아서 산산이 부서지는 게 몸이다’는 구절이 있다. 건강에 대한 확신과 무지함에 몸이 망가진다는 것이다. ‘난 건강해’ ‘우리 집은 장수집안이야’ 등 지나친 확신에 몸을 망친다는 것이다.”
오 작가는 사람들에게 운동하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을 통해, 책을 통해 ‘아 나도 저 사람처럼 해볼까’라는 느낌만 줘도 된다는 생각이다.
강연을 하고 책을 쓰면서도 오 작가는 운동에 대한 확실한 목표가 있다.
“내년엔 50km 100km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할 계획이다. 백두산 천지가 결승선인 장백산 마라톤대회도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보스턴, 뉴욕, 시카고, 베를린, 런던, 도쿄의 세계 6대 마라톤도 완주하고 싶다. 이렇게 움직일 때 내가 행복하고 내 본연의 일도 더 잘된다.”
그는 주위로부터 ‘세상 밝은 러너’로 불린다. 다릴 때마다 늘 웃고 있어서란다.
“나도 몰랐다. 찍힌 사진마다 웃고 있었다. ‘아 내가 이 운동을 정말 사랑하는구나’를 느꼈다.”
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살린 달리기 책도 구상하고 있다. 왜 쓰느냐고 “달리기가 좋아서”란다.
“전 강연할 때 ‘스토리’를 얘기합니다. 재밌는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스스로 토해내는 진실한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제가 경험한 것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제가 운동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제가 경험했기에 거짓말은 아닙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얘기합니다. 행복해지려면 운동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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