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김영환 “김정은 위인 호칭 황당하지만 사문화된 국보법 7조는 손질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3일 14시 00분




Q.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앞두고 환영위원회가 잇따라 출현하고 있습니다. 그중 한 단체가 김정은 위원장을 ‘위인’이라고 부르고,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라고 외치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국가보안법의 개폐를 두고 오랜 시간 논란이 있어왔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국가보안법’과, 민주주의 기본이념인 ‘표현의 자유’, 이 둘 사이의 경계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 우아한이 알립니다 ▼

김정은 찬양과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와 진보 진영은 물론이고 진영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우아한은 이에 대한 김가은 학생의 질문에 대해 ‘북한의 소멸과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국가보안법은 존치되어야 한다’는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과 ‘바뀐 현실을 반영해 일부 조항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김영환 ‘준비하는 미래’ 대표(강철서신 저자)의 답변을 동시에 싣습니다.


A.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을 위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참으로 황당한 이야기입니다. 북한의 경제적 낙후성이나 정치제도의 낙후성에 김정은 위원장의 책임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김정은 위원장 주도의 잔혹한 처형들과 인권유린들은 그 어떤 논리로도 합리화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북한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의 강력한 반대와 규탄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개발해왔고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핵무장이 더욱 강력히 진행되어 왔습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반대한다는 것은 이것이 올바른 길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에는 다른 나라와는 다른 인권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고모부를 극히 형식적 사법절차를 거쳐 불과 며칠만에 잔인한 방법으로 처형하고 비밀요원들을 보내 다른 나라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를 이용해 형을 암살하고 세계에서 가장 인권이 열악한 구금시설인 정치범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인권탄압의 원흉이라는 매우 강력한 증거이며 이 외에도 북한에서 현재 자행되고 있는 인권유린의 증거들은 넘쳐나고 있습니다. 근현대 사회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인권의 가치를 가장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가 북한사회를 확고히 장악하고 있는 조건에서 별 다른 도리없이 그와 대화하고 협상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가 위인이라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몰상식한 주장입니까?

그럼 국가보안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죠.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의 건국 직후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공산당은 광범한 좌파세력들을 규합해냈고 일부 중도세력의 지지까지 받고 있었으며 소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습니다. 한반도와 국경의 대부분을 접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대규모 내전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한국이 건국될 때 이미 공산당이 우세를 점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대륙 전체를 장악했습니다. 당시 국내에서나 국외에서나 대한민국의 존속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국가보안법이 대한민국을 지키는데 중요한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국가보안법 7조는 그 국가보안법에 있었던 것이 아니고 1961년에 만들어진 반공법에서 온 것입니다. 기존의 국가보안법이 불충분하다고 보고 반공을 국시로 내걸었던 군사정부에서 이를 만들었고 이 반공법이 1980년 국가보안법과 통합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특히 국가보안법 7조가 논란이 된 이유가 바로 이 조항이 언론의 자유를 심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40~50년 전에는 소련의 우주과학이 발전했다고 말한 사람이나 김일성이 독립운동을 했다고 말한 사람이 국가보안법 7조(당시 반공법)로 처벌받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1980년대, 90년대에는 좌파 학생운동이 크게 확대된 시기인만큼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국가보안법 7조로 처벌받았습니다.

여러나라의 인권운동가들이 모이는 국제회의에 가보면 한국의 국가보안법을 성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국가보안법 7조가 성토대상이 되는데 좌파, 우파를 가리지 않고 유럽, 북미, 제3세계를 가리지 않고 거의 대부분 일치해서 한국처럼 선진화된 국가에서 국가보안법을 유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국가보안법이나 반공법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에는 국제공산주의운동이 매우 강력했던 시기였던 만큼 그 법들이 한국의 체제를 보호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제 국제공산주의운동은 거의 소멸했고 한국사회도 충분히 성숙되었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를 완전히 보장해도 아무런 위험요소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각종 SNS에 북한이나 북한의 지도자를 미화하고 찬양하는 이야기가 수없이 올라오지만 이런 이야기에 현혹되는 사람도 거의 없고 사회적 파급효과도 극히 미미합니다.

전세계의 수많은 정치학자, 사회학자, 헌법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황당한 주장, 몰상식한 주장, 형편없는 주장이라고 하더라도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런 것을 못하게 막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 크다고 합니다. 이는 압도적 지지로 확립된 주류 이론입니다. 현재 번영을 누리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 사회와 경제와 문화가 발전된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높은 수준의 언론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국가보안법 7조는 사실상 거의 사문화된 법입니다. 사법기관에서 알고도 처벌하지 않습니다. 북한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사람들 중 10년 전에는 1천명에 1명 꼴로, 지금은 1만명에 1명 혹은 그 이하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사문화된 법이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문제는 ‘거의’ 사문화된 법이란 겁니다. 간혹 한 명씩 처벌받는 사람이 나옵니다.

형사처벌의 경우 죄와 형벌이 법률로 명확히 정해져 있어야 하며 사법기관에 의해 자의적으로 선택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바로 죄형법정주의며 근현대사회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입니다. 국가보안법 7조의 경우 죄형법정주의를 심하게 위배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은 진보정부가 들어설 때와 보수정부가 들어설 때 처벌기준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형사법률이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기준이 달라진다면 그것이 제대로 된 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국의 국가보안법과 비슷한 법률이 대만의 국가안전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만의 국가안전법은 언론자유를 통제하는 국가보안법 7조와 비슷한 내용은 없습니다. 대만의 안보 위험성은 한국보다 훨씬 심각하고 중국과의 첩보전도 훨씬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데도 말이죠. 발전된 국가 중에 이런 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한국이 유일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위인이라는 것은 몰상식한 주장이지만 이런 주장을 방치하더라도 별 영향을 받지 않을만큼 성숙한 사회가 한국사회입니다. 많은 영역에서 세계의 모범이 되고 세계를 이끄는 한국인만큼 그 명성에 걸맞게 국가보안법을 손질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영환 준비하는미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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