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기획재정부 1, 2차관을 비롯해 차관급 인사 16명을 바꿨다. 현 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의 차관급 인사다. 그만큼 공직사회의 분위기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대통령의 인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관료사회는 1년 반 넘게 계속된 적폐청산, 시장과 현실을 무시한 채 코드·이념을 앞세운 국정 기조의 영향으로 심각한 복지부동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실업, 자영업 위기 등이 갈수록 심해지지만 근본 해결책 대신 당장의 보고용 통계에 반영될 전시성, 일회성 대책만 양산해 내고 있다. 대통령이 아무리 외쳐도 규제혁신은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그 영향으로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창업을 못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KTX 탈선 사고를 비롯한 각종 안전사고가 이어지고 청와대 특별감찰반원들의 일탈 등 기강 해이를 우려케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며 도무지 움직이질 않는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은 국정의 동력을 떨어뜨린다. 이런 현상은 비단 문재인 정부만의 것이 아니다. 정권을 초, 중, 후반 3단계로 나눈다면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1년 반 전후에 일어나는 증후군이다. 이런 흐름을 어떤 식으로든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집권 3년 차 국정운영 동력을 살려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국정 기조에 새바람을 불어넣어야 하는 시점인데 이번 인사만으로 그런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고용대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일자리기획비서관이 기재부 1차관으로 승진한 것을 비롯해 청와대 참모 3명이 차관이 됐다. 청와대와 일선 부처의 소통을 강화해 2기 경제라인이 ‘원 팀’으로 정책을 펴라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보이지만 청와대의 장악력이 더 높아지고 부처의 자율성은 감소하는 부작용을 빚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을 동시에 경질했지만 정책 기조에선 변화가 없다. 검찰의 먼지 털기식 적폐청산 수사는 한정 없이 이어지며 관료와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무책임, 눈치 보기는 청와대가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아무리 사람을 바꿔도 관료들은 바뀌는 시늉만 낼 뿐 계속 엎드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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