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단가와 관련 설비투자가 동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면서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생산물량을 더 이상 늘리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물량지수는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 연속 감소했다. 10월에는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전년 동월 대비 0.6% 증가하는 소폭 반등에 그쳤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은 반도체 설비투자를 보여줄 수 있는 지표다. 기계 수입이 감소한다는 것은 설비투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반도체 수출 단가 역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D램 반도체 수출물가지수는 8월 45에서 11월 41.58로 4개월 연속 감소했다. 플래시메모리 수출물가지수도 지난해 11월 49.75에서 올해 11월 28.46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수출물가지수는 수출 품목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기 위한 지수다. 이 지수가 하락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이 수출하는 제품 가격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반도체 수출 가격이 하락하면서 설비투자 역시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3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은 전기 대비 0.6%, 수출 증가율은 1.9%로 수출이 성장률을 떠받치는 상황이다. 10월 기준 우리나라 총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이른다. 올해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같은 증가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최근 ‘2018년 수출입 평가 및 2019년 전망’에서 “내년에는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반도체 수출액 증가율이 큰 폭으로 둔화할 것”이라며 내년 반도체 수출액 증가율을 5%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출 전망 역시 어둡다. 연구원 측은 내년 총수출액 증가율을 올해 전망치 5.8%의 절반 수준인 3%로 봤다.
반도체 경기가 조정 국면을 맞이하면서 수출뿐 아니라 기업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이는 결국 국내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산업연구원은 16일 ‘최근 설비투자 부진의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반도체 등 전기·전자기기 업종이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3.1%에 이르렀다”며 해당 업종에서 투자가 줄어들면 전체 투자도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정민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2%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설비투자 감소 폭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설비투자가 감소하면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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