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빠른 실행력 기대했지만 규율 중시하는 軍출신들과 엇박자
매티스 국방 교체도 시간문제 관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초기 군 출신 참모를 다수 발탁했다. 이들을 ‘나의 장군들(my generals)’이라고까지 부르며 강한 신뢰를 나타냈다. 직설적이고 행동력 있는 군 출신 인사들의 업무 스타일이 빠른 결과물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4일 해병 4성 장군 출신인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퇴임이 확정되고 실장 대행으로 민간인인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이 지명되면서 트럼프 행정부를 상징하던 ‘장군 참모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 군 출신 인사들의 좌장 격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임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후보 시절부터 제2차 세계대전 영웅인 조지 패튼과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이름을 자주 거론하며 군 출신에 대한 호감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 출신 선호는 백악관 비서실장(켈리), 국가안보보좌관(마이클 플린, 허버트 맥매스터), 국방장관(매티스)이라는 핵심 보직에 전·현직 장성들을 앉힌 것으로 잘 드러났다.
‘장군 참모시대’가 2년도 채 안 돼 막을 내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 미 언론은 대통령의 군인에 대한 환상과 현실이 괴리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군 출신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는 다르게 대통령의 명령을 즉시 행동으로 옮기기보다는 규율과 체계를 더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일부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언도 서슴지 않아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곧 물러나는 켈리 실장은 군 출신답게 규율을 강조하며 백악관 보고체계를 자신 중심으로 일원화하려다 대통령 가족들과 마찰을 빚었다. 정책면에서도 대통령과 부딪쳤다. 켈리 실장이 올해 2월 주한미군 철수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시킨 뒤 “내가 나라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 역시 이란 핵합의 탈퇴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빚다 7월 결국 해임됐다. 제임스 스태브리디스 전 나토군 사령관은 10일 NBC에 “트럼프 대통령이 초기엔 군 출신 인사들에게 열광했지만 이제 싫증이 난 듯하다”고 평가했다.
관심은 매티스 국방장관의 퇴임 시점으로 집중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장관이 밀었던 데이비드 골드파인 공군참모총장 대신 마크 밀리 육군참모총장을 차기 합참의장으로 지명한 것이 매티스 장관에 대한 공개적인 불만 표시였다고 분석한다. 이미 대통령으로부터 ‘민주당원’이라는 공개 비판을 받은 바 있는 매티스 장관까지 자리를 내려놓으면 기존에 ‘트럼프의 장군들’이라고 불렸던 주요 인물은 행정부와 백악관에 한 명도 남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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