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인, 난민신청 거부되자 “한시적 체류라도 허가를” 소송
법원 “행정소송 대상” 첫 판결
난민 신청자에 대한 정부의 ‘인도적 체류 허가’ 여부가 행정소송 대상이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승원 판사는 시리아인 A 씨가 “난민불인정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A 씨는 2016년 2월 21일 단기 방문 체류 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한 뒤 다음 날인 22일 난민 신청을 했다. A 씨는 “내전이 발생한 시리아로 돌아가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충분한 근거가 없다며 난민 불인정 처분을 내렸다. A 씨가 이의 신청을 냈으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불복한 A 씨는 “이대로 돌아가면 정부군에 징집돼 전쟁에 참여하다 죽을 수 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 인도적 체류 허가라도 내 달라고 했다.
인도적 체류 허가는 난민 요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안전 등을 이유로 한시적으로 국내에 머물게 해주는 제도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으면 한국에 1년 거주할 수 있고 매년 다시 심사를 받아 체류 기간을 1년씩 연장할 수 있다.
정부는 소송 과정에서 난민 신청자는 인도적 체류 허가를 별도로 신청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난민법과 출입국관리법에서 인도적 체류 허가를 위한 제도를 따로 마련하지 않았고 A 씨도 난민 신청만 했을 뿐 인도적 체류 허가를 요청하지 않았으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판사는 “인도적 체류 허가는 외국인의 출입국관리 및 체류관리와 관련한 법 집행으로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 난민 신청자는 인도적 체류 허가를 요구할 수 있다”며 A 씨 손을 들어줬다. 난민 신청자가 정부의 인도적 체류 허가 여부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 판사는 “A 씨는 3년 가까이 군복무를 했고 반정부 정치활동을 한 적이 없었다”며 정부 당국과 마찬가지로 A 씨를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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