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사건왜곡” 폭로 수사관 비난… 靑 “국회사무총장 감찰대상 아냐”
한국당 “특검-국정조사 논의해야”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취업 청탁금 수수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청와대는 ‘미꾸라지의 분탕질’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측근에 대한 비리 첩보에 청와대가 느슨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5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만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김 수사관의 폭로에 대해 “본인이 비위가 있는 것은 감추고 오히려 사건을 부풀리고 왜곡하며, 다른 사람의 명예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수사관은 14일 우 대사가 2009년 한 사업가로부터 친인척 채용 청탁을 받고 1000만 원을 수수했다는 첩보 보고서를 지난해 9월 조국 민정수석과 임 실장에게 보고했고 이 때문에 청와대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에 대한 법적 대응을 우 대사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며 “허위 사실을 포함한 명예훼손의 법적 책임은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17년 8월 김태우가 공직 후보 물망에 오른 당시 국회사무총장(우 대사)에 대한 첩보를 올린 적이 있지만 보고를 받은 반부패비서관은 국회사무총장이 특감반의 감찰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감찰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대신 청와대는 인사검증 과정에서 당시 러시아 대사로 검증 절차를 진행 중이던 우 대사에게 직접 관련 내용을 확인했으며 우 대사의 증언과 과거 검찰 수사 내용을 판단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청와대의 대응이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 대사 관련 의혹은 2015년 검찰의 공식 수사가 아닌 내사로 마무리된 사안이다. 당시 내사에서 우 대사가 금품을 받지 않았다는 증거를 검찰이 확인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이미 검찰 수사가 끝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내사 결과는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첩보 보고 당시 대응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수사관은 지난해 9월 첩보 보고 당시 사업가와 우 대사 측 보좌관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함께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해 러시아 대사로 내정된 우 대사의 인사검증 과정에서 우 대사의 관련 해명과 과거 검찰 내사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을 뿐 관련자에 대한 추가 조사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청와대가 진흙탕 같은 진실게임 뒤에서 첩보 묵살 의혹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대한다면 결국 국회가 나서 특검과 국정조사 논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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