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이 과연 혁신될 수 있을까? 최근 당 지지율이 조금 오르고, 15일에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가 현역 의원 21명의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하는 인적 쇄신을 발표했지만 아직은 미지수. 당내 혁신파인 김세연 의원(3선·부산 금정)은 “혁신 없는 지지율 상승은 독”이라며 “차기 당 대표 등 지도부가 어떤 성격이냐에 따라 삶과 죽음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6년 12월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한 의원 29명이 만든 개혁보수신당(바른정당)의 창당 멤버였으나 올 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에 복당했다. 올 7월에는 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의 유력한 후보로 검토되기도 했다. 》
―당협위원장 자격은 박탈했지만 이들의 경선 참여를 막을 수는 없지 않나. 1년 남짓 된 새 당협위원장들이 이들 다선 중진의원을 이길 수 있을까?
“그래서 다음 당 대표 등 지도부가 어떤 성격이냐에 따라 살든지 망하든지 결정될 것이다. 그 지도부가 퇴행적인 성격을 갖고 지금의 노력을 무위로 돌리면 정말 끝이다. 성숙한 의식을 가진 지도부라서 지금의 노력을 이어간다면 어느 정도 빛을 발할 것이고…. 총선과 먼 시점에 활동하는 비대위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지금은 어떤 개혁을 해도 미완일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한국당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했는데 요즘은 좀 조용한 것 같다.
“전에는 가혹할 정도로 비판적이었는데…. 비판만 한다고 나아질 게 없더라. 그래서 요즘은 비판할 시간에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뭘 하고 있나?) “당에서 기득권을 가진 분들이 잘해주기를 바라지만, 솔직히 지금의 모습으로는 밝은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운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폭주를 할 수 있는 데는 한쪽 날개인 우리가 부러져서 회복이 안 되고 있는 탓도 있다. 그래서 새로운 날개를 만들 수 있는 생각과 역량을 가진 분들이 모이고 연대할 틀을 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 좋은 사람들이 지금 한국당에 들어올까.
“다음 선거에서 한국당이 압승할 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나를 포함해서 현역 의원 전부가 불출마 선언을 하고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을 공천하면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게 가능할까?) “채택되지는 않겠지만…. 이 정도의 강도 높은 개혁을 해야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처럼 유명인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 의석 하나 건지는 방식이 아니라, 지금의 한국당 유전자(DNA)와는 완전히 다른 DNA를 가진 세대가 들어와야 한다. 한국당은 죽어야 할 때 죽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좀비 상태가 됐다.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길을 택했어야 하는데 생즉필사(生則必死)의 길을 택해 현재의 지경에 이르렀다.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
―개혁보수 하겠다던 바른정당에서는 왜 그런 신선한 결의를 안 했나.
“당시는 총선이 아닌 대선 국면이라 그런 말이 화두로 나올 때가 아니었다. 복기해 보면 개혁보수정당을 만들고 싶었던 사람들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내세워 대선을 치르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섞여 있다 보니 지향점이 달라 연대가 공고하지 못했다. 정말 의외인 분도 왔다 가고…. 차라리 (생각이 같은) 10여 명만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교섭단체를 구성해서 국회 운영의 키를 쥐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혁신은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 것인데, 한국당이 잘못을 인정한 적이 있나.
“짧은 사과성명과 논평이 나간 적은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아직도 한국당이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를 했다고 여기지는 않는 것 같다.” (일각에서는 탄핵백서를 만들겠다는데….) “요즘 반사이익으로 지지율이 좀 오르다 보니 엉뚱한 방향의 말이 이렇게 나오는 것 같다. 혁신을 하면 보수가 갈라질 이유도 없다. 정답이 있는데….” (알면서 왜 그런 정치공학적 정치는 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나?) “참 안타까운데…. 그런 말을 하면 그게 계기가 돼 또 다른 내전이 일어난다. 지금은 내전을 일으킬 상황은 아닌 것 같고….”
―혁신 없는 지지율 상승은 독이라고 했다.
“현실을 무시한 경제정책과 무리한 적폐몰이 수사, 자신들의 과오에는 내로남불, 여당 대표의 20년 집권론 등 정부 여당의 실정과 오만 때문에 반사이익을 조금 얻었는데 우리로서는 좋아할 일이 아니라 되레 더 큰 문제다. 더 망가져야 살기 위해서라도 혁신을 할 텐데 그럴 필요가 줄어드니까…. 폭주하는 정부, 오만한 여당, 혁신 없이 탄핵 이전으로 돌아간 제1야당이 나라를 운영하면 어떻게 되겠나.”
―당신이 비대위원장이나 당 대표라면 뭘 하고 싶은가.
“당 해산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2012년 총선 때 새누리당 공약이 처음에는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 순이었다. 그해 대선에서는 순서가 바뀌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중도보수적인 말이라도 했다. 그런데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망가진 당의 대선 후보와 당 대표가 된 후에는 급속도로 극우 정당화가 돼갔다. 그런 기이한 지도부를 선출하는 당원 구성으로는 제대로 된 국민통합정당, 수권정당이 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중도 보수에 있는 사람들조차 적으로 몰았으니…. 지금도 당내에서 가장 오른쪽 끝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언동이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그래서 정당이 과반 국민의 지지를 통해 안정적으로 집권하기 위해서는 보다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인식과 행태를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한 번의 당 재편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당내에서 탄핵 찬성을 사과하라는 말이 나오는데 결국 탄핵을 부정하라는 말인가? 헌법재판소가 이미 파면했는데….
“그러니 보수 중 일부가 반(反)헌법 세력화가 돼 가고 있다는 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총선 공천 개입으로 2년형이 확정됐다. 그런데 그걸 당에서 수행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별 조치가 없다.
“그래서 20대 총선 공천 당시 상황을 담은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임 소재를 사후에라도 명명백백하게 가려야 하는데…. 그런데 공천이 끝나면 관련 자료를 모두 폐기하기 때문에 진상 규명도 쉽지 않을 거다. 이렇게 잘못된 게 한둘이 아니다. 비정상을 합리화해 주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다.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 때 당연히 유무선 전화번호를 섞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올해 지방선거에서 우리 후보들이 대부분 지는 걸로 나오니까 당시 당 대표가 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무선 전화 조사는 빼라는 지시를 했다고 들었다. 후보들 사기 떨어진다고…. 이런 걸 뭐라고 해야 하는지 묘사할 말도 없다.”
―올 초 복당하면서 지방선거를 이유로 댔다.
“나와 함께 바른정당으로 간 사람들이 있다. 바른정당에 남으면 기호 4번에 정당 지지율 5%로 선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만 남고 다들 복당하면 한국당 당협위원장이 전부 공천에서 배제시킬 테고…. 그 사람들을 위해 내가 같이 가서 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그걸 대의가 아니라 작은 의리라고 하겠지만…. 내가 아니었다면 한국당에 남아서 선거를 치를 수도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나 때문에 정치적으로 죽도록 버려둘 수는 없었다.”
―지방선거가 있는 걸 모른 것도 아니고, 그 정도 어려움도 없을 것 같았나.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할 때는 이 길이 옳기 때문에 바른정당이 보수의 주류 정당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런데 녹록지 않은 현실에 부닥쳤고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봤던 것 같다.”
―개혁보수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뭔가? 말은 많았지만 본 적이 없는데….
“돌이켜보면 바른정당에 있을 때 비판만 했지 대안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앞서 이제는 비판만 하기보다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게 있다고 했는데 대안을 찾는 것도 그중 하나다.” (예를 든다면?) “기계적으로 다른 정당들이 논평한 걸 보고 가운데 위치를 잡는 식으로 해서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우리가 지향하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깊은 철학적 토대가 있어야 했는데 그게 약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하나씩 만들어 갔어야 했는데…. 만 18세 선거권만 해도 젊은이들이 많이 투표하면 우리한테 불리하다고 반대하면 어떻게 하나. 젊은이들이 지지하는 정당으로 변해서 그 표를 가져와야지. 19대 국회 때 만 18세 선거권 관련 법안을 발의했더니 본회의장에서 한 걸음 갈 때마다 붙잡혀 ‘왜 그러느냐’는 말을 들었다. 그냥 늘 그러했듯이 다음번 선거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거듭나기 위해 무얼 할 것인가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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