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한 국내 중견 건설업체가 법원 회생절차에서 인수합병(M&A)을 희망하는 매수자를 찾아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인수합병은 미국에서 도입한 ‘스토킹 호스(stalking-horse)’ 방식으로, 인수 가격이 100억 원 오른 대표적인 국내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과정의 중심에 법무법인 율촌이 있었다.
스토킹 호스로 첫 우선매수권 행사
스토킹 호스 방식의 인수합병은 회생 절차에 들어간 기업이 우선매수자와 먼저 수의계약을 맺고, 그 뒤에 기업 매각의 공개입찰에 들어가는 점에서 일반 회생 절차에서의 인수합병과 다르다. 공개입찰에서 우선매수자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이 나타나면 우선매수자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보상금을 받고 인수를 포기하거나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입찰 참여자만큼 비용을 지불하고 회사를 인수할 수도 있다.
율촌 도산·기업구조조정팀의 김철만 변호사(49·사법연수원 23기)는 “국내에서 지금까지 이뤄진 스토킹 호스 방식의 인수합병은 우선매수자와 공개입찰자의 경쟁이 활발하지 못해 대부분 회생기업에서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적었다”며 “이번 공개입찰에서 우선매수자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매수자가 3곳이나 나왔고, 그 결과 기존 우선매수자가 100억 원 이상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인수합병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회생기업과 채권단 모두에 바람직한 결과였다. 이 인수합병 과정의 중심에 율촌이 있었다.
공모사채의 출자전환 혁신 선례
스토킹 호스 인수 합병의 성공 사례는 율촌이 세운 또 다른 혁신의 이정표다. 현재 김철만 변호사와 김기영 변호사(49·27기)가 이끌고 있는 20여 명의 도산·기업구조조정팀은 그동안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STX의 채권단공동관리(자율협약) 과정에서 처음으로 일반 금융기관 채권단뿐만 아니라 개인 채권자들(공모사채)의 채권도 출자전환을 한 것이다.
당시 STX는 금융기관 채권단에서 비금융기관 채권자들도 같은 조건으로 채무조정을 하는 것을 자율협약 체결의 선행조건으로 요구했다. STX의 당시 재무 상황은 단순히 만기 연장이나 이자율 조정 같은 채무조정이 아니라 출자전환을 통해 채무를 줄이고 자본을 늘리는 재무구조 개선을 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김기영 변호사는 “당시 대규모의 공모사채를 출자전환한 선례가 없어서 대부분 로펌들이 STX의 의뢰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며 “상법의 사채권자집회 규정을 갖고 와서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을 내리고 해보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3000여 명에 달하는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얻는 노력 끝에 결국 정해진 기간 내에 자율협약 합의를 이끌어냈다.
혁신의 선례를 세우자 이번에는 의뢰인이 먼저 찾아왔다. STX처럼 현대상선도 2016년 공모사채 전환이 기업구구조정의 가장 큰 과제였다. 당시 현대상선 채무 중 공모사채 등 비금융기관 채권의 비중은 전체 50%에 육박할 정도였다. 율촌은 이 과정에서 총 6843억 원 규모의 공모사채를 사채권자집회를 통해 채무를 조정했고 1조3900억 원 규모의 채권금융기관 채무에 대한 조정도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장기 선박사용료의 감액을 위한 해외 용선주들과의 협상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법률자문도 맡은 율촌은 1조3500억 원에 이르는 공모사채의 출자전환을 이뤄냈다.
M&A 전문 펀드의 법률자문으로 영역 확장
율촌의 혁신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정형화된 기존 기업회생 업무에서 시시각각 바뀌는 시장 상황에 맞는 법률자문 서비스를 갖추는 게 목표다. 팀 내에서 비법정 도산절차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이수연 변호사(41·34기)는 “기업회생의 인수합병 환경이 예전에는 주로 기업들이 주된 참여자였다면 최근에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만 전문적으로 참여하는 펀드들이 늘어나고 있다. 율촌의 기존 차별화된 업무 성과를 토대로 이들 펀드들에 최적의 법률자문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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