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에 있는 ‘무등산 아이파크’의 전용면적 101m²짜리 한 아파트의 임대시세는 보증금 3억 원, 월세 45만 원 수준이다. 무주택자가 이곳에 입주해 월세를 꼬박 내도 지금 기준으로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현재의 월세 세액공제는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 85m² 이하인 집에 사는 세입자에게만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으로 전용면적이 기준을 넘어도 가격이 비싸지 않다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가 17일 발표한 경제정책 방향에 이 같은 서민 주거안정대책이 담겼다.
이 대책에 따르면 내년부터 월세 세액공제 혜택 범위가 확대된다. 현재는 연소득이 7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주가 전용 85m² 이하인 주택에 월세로 살면 750만 원 한도로 10%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고급 아파트에 월세로 사는 임차인에게는 혜택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면적이 넓은 아파트가 비교적 많은 지방에서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도 월세 세액공제 혜택을 못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용면적이 85m²를 초과하더라도 가격대가 낮은 주택의 임차인에게도 월세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행령 정비 과정에서 기준이 확정될 예정이지만 기준시가 2억∼3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 세액공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막기 위해 대출 등을 제한하는 조정대상지역 중 지방의 일부 지역에 대해 해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는 서울 25개구와 부산의 7개구 등 전국 43개 지역이 지정돼 있다. 이 가운데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지역을 추려 해제할 방침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내년 초 부산 등 일부 지방의 규제가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방 부동산 규제 해소를 언급한 것은 부산 울산 등 동남권 부동산 시장이 그만큼 침체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부산은 2016년 조정대상지역에 처음 지정됐다. 그동안 대출 제한, 분양권 전매 제한 등 규제가 적용돼 왔다. 올 들어 부산 아파트 값은 12월 둘째 주까지 4.04% 떨어져 광역시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8월과 이달 5일 정부에 공식적으로 부동산 규제 해제 신청을 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부산시의 신청에 대해 “일부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높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2월 해제 요구에 대해서는 아직 답을 내놓지 않았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실물경기 침체로까지 이어지는 만큼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이 너무 많아 한계에 몰린 집주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매각후재임대(세일앤드리스백)’ 적용 대상도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회사는 대출자의 주택을 사들이고 대출자는 해당 주택에 세 들어 살다가 5년 후 팔았던 가격으로 다시 살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정부는 내년 세일앤드리스백 지원을 올해(400가구)보다 많은 500가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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