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윤완준]中에 대한 한국의 부정 여론, 대국답지 못한 보복의 결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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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우리는 세계 각국 국민들이 중국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가 분명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한국의 여론은 대립성이 비교적 두드러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8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사에서 열린 ‘런민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의 연례 토론회장. 한 발표자가 환추시보가 지난달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등 주요 17개국 1만69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8 세계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조사 대상 국가 중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비율은 한국이 44.0%로 최고였다. 무역전쟁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미국(30.9%), 역사 문제와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 탓에 오랫동안 감정이 좋지 않은 일본(34.1%), 지난해 국경 충돌 등으로 관계가 부쩍 악화된 인도(35.0%)보다 높았다.

이에 앞서 같은 달 4, 5일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시에서 열린 제6차 한중 공공외교포럼에서 만났던 중국 지식인들이 떠올랐다. 서울과 평양에서 14년간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쉬바오캉(徐寶康) 전 런민일보 기자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는 한국이 세계 1위다. 미국보다 부정적 보도가 많다. 경쟁이 존재하고 질투와 무시도 있을 것이다. 한국인들은 ‘중국인이 한국인을 괴롭힌다’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스딩(石丁) 환추왕(環球網·환추시보의 홈페이지) 집행총편집은 “중국 인터넷에 이런 유머가 있다. 한중 국민은 일본 욕하는 데, 한일 국민은 중국 욕하는 데, 중일 국민은 한국 욕하는 데 공감대가 있다는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이 중국의 평화적인 이념을 많이 기사화해 달라”고 말했다. 천샹양(陳向陽)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한반도연구실 부연구원도 “한국 국민들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천 부연구원 등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 학자, ‘중국 오만해지고 한국을 업신여길 것이라고 한국인들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6일 온라인에 출고하자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한국 누리꾼들의 댓글은 대부분 “이미 업신여기고 있는데 무슨 얘기냐”는 격한 반응이었다. 한 누리꾼은 “중국이 사드 보복으로 우리(한국민)를 일깨워줬다.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의 부정적 여론을 우려한 중국 지식인들도 그 원인이 사드 문제에 있음을 직시하고 있었다. 천 부연구원은 “사드 이후 안보 문제의 대립적 성격이 다시 커졌다. (사드로 인해) 한중이 서로 다른 진영에 있다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 중국에 대한 한국의 부정적, 때로는 과격한 여론은 세계 2위 경제대국답지 않게 경제·무역을 보복 수단으로 이용한 중국의 태도가 촉발시켰음을 간과할 수 없다. 주펑(朱鋒) 난징(南京)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최근 본보 기고에서 “중국의 외교 조치는 종종 ‘돌돌핍인(咄咄逼人·기세등등하게 남에게 압력을 가하며 짓누르다)’이란 지적과 비판에 직면한다”고 지적했다.

환추시보의 17개국 여론조사에서 ‘세계 정세 변화 속에서 어떤 국가가 리더 역할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중국(11.5%)은 미국(29.7%)은 물론이고 독일(21.2%) 영국(21.0%) 일본(14.9%)보다도 뒤졌다. 발표자는 이 결과를 소개한 뒤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어디 있는지 찾아보세요. 이런 말이 생각납니다. 이상은 풍만하지만 현실은 가녀리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사드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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