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달 2일 선보인 ‘가구 같은 가전’ 오브제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탈리아의 명품 가전업체 ‘스메그’를 필두로 튀는 색상과 특색 있는 디자인을 적용한 가전들이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오브제는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밝은 계열의 아이보리부터 고동색까지 명도와 채도는 달랐지만 갈색 계열의 원목을 사용해 색상이 차분했고, 냉장고와 공기청정기는 디자인도 네모반듯한 사각형이었다.
‘튀지 않는다’는 반응은 LG전자의 의도와 맞아떨어졌다. 지난달 15일 서울 서초구 LG전자 서초 R&D센터에서 만난 노창호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전무·사진)은 “오브제는 집 안 어디에 둬도 주변과 어우러지는 ‘융합’에 초점을 맞춰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오브제 기획을 위해 디자인경영센터에 꾸려진 팀 이름도 ‘Furniture(가구)’의 F를 딴 ‘F 태스크’였다. 방이나 거실 소파 옆에 놔도 어색하지 않은 가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LG 오브제처럼 주변 인테리어와 잘 어우러지는 ‘조화’에 초점을 둔 가전제품이 가전 시장의 새로운 장르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2016년 선보인 ‘셰리프 TV’는 프레임에 목재 느낌을 주는 플라스틱과 섬유 소재가 결합된 재료를 적용해 가구 같은 디자인을 선보였다. 최근 가구 같은 가전의 수요가 늘면서 내년 상반기에 셰리프 TV 신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롭게 선보일 셰리프 TV도 집 안 어디에 둬도 주변과 잘 어울릴 수 있는 기존 셰리프 TV의 콘셉트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기존에 출시됐던 제품들에 가구나 패브릭 소재 패턴을 적용해 가구 느낌을 주기도 한다. LG전자는 2015년 출시했던 의류청정기 ‘스타일러’에 올해부터 가구에 적용되는 패턴을 입혔다.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무풍에어컨에도 제품 하단에 패브릭 질감을 살린 패턴을 가미해 거실의 소파, 커튼 등과 잘 어울리도록 디자인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 가전에는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가 사용됐지만 가전의 소재가 메탈을 넘어 목재, 패브릭 등으로 다양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가전업체들이 융합에 초점을 맞춘 가전을 내놓는 이유는 집 안의 ‘경계’가 사라지는 주거공간의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거실과 주방이 벽으로 나뉘어 있었지만 요즘은 거실과 주방이 원룸처럼 하나로 통합된 인테리어가 등장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10월 ‘거실과 하나 된 주방’이라는 주제로 거실과 주방 사이의 벽을 모두 허물고 대형 아일랜드(테이블)를 거실과 주방 사이에 배치한 ‘H 세컨리빙’ 인테리어가 대표적이다. 집 안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유에 대해 노 전무는 “집 안이 힐링 공간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집이 ‘거실에선 TV를 보고 주방에선 밥을 먹는 것’처럼 획일화돼 있었다면, 이제는 가족 또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휴식을 취하는 등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거실과 주방 가운데에 설치된 대형 아일랜드에서 아이들이 숙제를 하고, 거실에서 영화를 보다가 소파 바로 옆에 놓인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먹는 등 ‘홈 신(Scene)’이 훨씬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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