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멍완저우 사건에 쏠린 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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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웨이 그룹의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孟晩舟·사진)가 이달 초 캐나다 경찰에 전격 체포됐습니다. 사건의 파장이 전 세계로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화웨이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했다고 주장합니다. 멍완저우가 미국의 제재를 피해 스카이콤이라는 유령 회사를 통해 이란과 교역해 왔다는 혐의입니다. 미국은 멍완저우의 캐나다 체류 정보를 입수하고 캐나다 당국에 그의 체포를 요청했던 것입니다.

일개 기업의 부회장 체포가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보면 답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사건의 본질은 장막 뒤에서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입니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제조 분야에서 세계 1위 업체입니다. 올해 기준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13.4%로 미국의 애플(11.8%)을 제치고 삼성전자(18.9%)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섰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 이동통신의 핵심 기술인 5세대(5G)분야에서 화웨이가 선두 주자로 치고 나가고 있다는 겁니다. 5G 기술은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등에 폭넓게 활용되는 차세대 핵심 기술입니다.

세계의 주요 통신회사가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이를 가만히 놔두고서 패권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지요. 결국 미국과 중국은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기술 패권 전쟁에 돌입한 것이며 그 발화점이 통신장비 기술입니다. 이미 2012년에 미국 연방의회는 화웨이가 도청이나 해킹 등을 통한 스파이 활동 및 통신 교란 우려가 있다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멍완저우 체포 사건을 계기로 여러 나라가 참전하면서 세계가 둘로 갈라지고 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우방국들은 반(反)화웨이 전선을 형성했습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친중 국가들은 화웨이 장비 도입을 서두르는 등 친(親)화웨이 전선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마치 냉전시대처럼 편 가르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영국 통신그룹 BT가 5G 네트워크의 핵심 장비를 화웨이에서 구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프랑스 최대 통신회사 오랑주도 지난주 자국 5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 장비의 사용을 배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독일 도이체텔레콤도 화웨이 장비의 보안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 구매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했으며 유럽연합 역시 화웨이 장비 사용에 따른 보안 문제를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를 비롯하여 뉴질랜드와 호주의 주요 통신회사들도 반화웨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캐나다 정부에 멍완저우의 보석을 허용하라는 압력을 가해 소기의 성과를 얻어냈고 캐나다인 2명을 억류하며 멍완저우의 미국 송환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또 애국심에 호소하여 미국산 아이폰 불매운동을 독려하고 있으며 친중 세력에 화웨이 장비 구입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에 미래의 디지털 기술 패권을 둘러싼 전쟁이 점입가경입니다. 우리나라 일부 업체들은 네트워크 장비에 화웨이 것을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대 강국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요. 우리의 미래 먹거리는 어디서 찾을 것이며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멍완저우 사건#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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