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생각을 써보라고 하면 연필을 떼지도 못하는 학생이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영역에 대비해 단편적인 지문을 분석하는 데만 관심을 쏟고 교사나 수능 출제위원들은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점점 더 어려운 지문을 출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작 국어 교육의 핵심 목표인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하는 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훈민정음 언해본에는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동기가 ‘백성이 이르고자(말하고자) 할 바 있어도 제 뜻을 일러 펴지 못하는 이가 많아서’라고 나와 있다. 이처럼 모국어 교육은 자기 생각을 자기 나라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국민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정확한 문법을 익히고 어휘 능력을 키우는 것은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인데 작금의 국어 교육은 그 관계가 전도(거꾸로 됨)된 느낌을 준다.
국어 교육은 크게 읽기 듣기 말하기 글쓰기로 구별된다. 한국은 학생들의 기본적인 읽기 듣기 말하기 능력은 크게 부족함이 없는 편이다. 문제는 글 쓰고 토론하는 능력이다. 논리적 사고 능력은 글을 쓰거나 토론하면서 글과 말의 조리를 맞춰가면서 향상된다. 논리적 사고 능력이 향상돼야 어려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독해력도 향상된다. 글쓰기 훈련과 평가, 토론식 수업이 부족한 교육으로는 그런 능력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어 시험의 지문이 교과서 외에서도 출제되고 문학만이 아니라 비문학에서도 출제된 지 오래다. 학생들로서는 모든 분야의 책을 다 읽을 수 없으니 ㉠눈먼 사람이 코끼리 뒷다리 만지듯 전체 맥락을 알지 못한 채 암기한 배경지식만 갖고 일부 지문을 파고들 수밖에 없다. 이런 겉핥기식 문제풀이에 매몰돼 자기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데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이 적지 않다. 제 뜻을 표현하는 능력이 국어 교육의 본래 목적임을 상기(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해 냄)하고 국어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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