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을 남용하는 등 법관으로서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김명수 대법원장이 올해 6월 징계를 청구한 현직 판사 13명 중 8명이 징계를 받게 됐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위원장 박정화 대법관)는 17일 제4차 심의기일을 열고 현직 판사 13명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통상적으로 중징계로 분류되는 정직은 3명, 경징계인 감봉과 견책은 각각 4명과 1명이다. 2명은 사유는 인정하되 징계하지 않기로 했고, 3명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민걸(57·사법연수원 17기)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56·18기)는 정직 6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민걸 부장판사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항소심 전략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이 문건을 작성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수감 중)에게 보고하는 것을 묵인했다는 것이 징계 이유다.
이규진 부장판사는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에서 재판부의 심증을 파악하거나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헌법재판소의 주요 사건 심리 경과를 보고받았다고 징계위는 판단했다.
방창현 대전지법 부장판사(45·28기)에게는 정직 3개월의 징계가 내려졌다.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원 행정소송의 심증을 노출하고, 법원행정처의 선고연기 요청을 수락한 것은 법관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징계위가 결론 내렸다.
법관은 금고 이상의 형이나 국회의 탄핵소추에 의하지 않고는 파면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법관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징계 처분은 정직 1년이다. 법조계에선 두 고법 부장판사가 기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직 6개월은 중징계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김수천 전 부장판사(59·17기)와 ‘명동 사채왕’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최민호 전 판사(46·31기)는 구속 기소된 상태에서 정직 1년을 받았다.
그러나 차성안 전주지법 군산지원 판사(41·35기)는 법원 내부통신망에 “정직 1년이 단 하나도 없다. 탄핵 국회 청원을 해볼 생각이니 같이 할 판사님은 연락해 달라”고 썼다. 일선 법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명확하게 범죄 사실이 드러난 것이 아닌데 정직 6개월 처분은 가볍지 않다고 생각한다. 징계 사실 자체가 판사 개인에게는 치욕스러운 불명예”라고 말했다. 지방법원의 다른 판사는 “3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 처분을 받은 것이니 예상된 결과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징계 청구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했다.
징계 처분을 받은 판사 상당수는 대법원을 상대로 ‘징계 불복’ 소송을 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검찰 수사 단계가 진행되는 상태에 대법원이 징계 처분을 내린 건 부당하므로 소송으로 훼손된 명예를 되찾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전자법정 구축 사업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대가로 5000만 원에서 억대의 금품을 각각 받은 법원행정처 전산공무원 3명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18일 체포했다. 검찰은 또 전자법정 입찰 업무를 담당한 경기 성남시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을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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