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아마존’으로 불리는 징둥닷컴의 무인화(無人化) 기술을 취재하고 왔다. 출장을 떠나기 전 두 가지 의문이 생겼다.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 무인화에 열을 올리는 까닭과 온라인 쇼핑업체가 인공지능(AI), 드론 같은 최첨단 기술을 자체 개발하려는 의도가 궁금했다. 무인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샤오쥔 부사장(33)을 비롯한 징둥닷컴 관계자들의 공식적인 대답은 하나같이 ‘실험’이었다.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면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협업의 황금비율을 찾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선 전자제품 제조사, 통신사, 인터넷서비스 업체 등 수 개의 산업군이 별도로 개발하고 있는 AI, 자율주행, 드론, 무인 자동화 등 방대한 영역을 일개 온라인 쇼핑업체 혼자 개발한다는 얘기는 눈으로 보기 전까지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조리부터 서빙까지 로봇이 하는 톈진의 무인 레스토랑, 제품 선별·포장·배송을 100% 자동화한 상하이 무인 창고, 얼굴 인식만으로 카드나 스마트폰 없이 자동 결제되는 무인 마트 등 3년간 투자한 연구개발(R&D)의 결실은 엄청났다.
징둥닷컴이 무인화에 투자하는 진짜 목적은 단순 물류 개선이 아니라 플랫폼 구축으로 차세대 물류시장을 끌고 가겠다는 데 있다. 중국과 미국 실리콘밸리에 1만2000명의 엔지니어를 두고 대형 드론과 초정밀 지도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직접 챙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술 투자가 플랫폼화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샤오 부사장은 “자율주행이나 드론, 창고 시스템 등 무인화 기술을 시스템화해 글로벌 플랫폼으로 수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에서 제휴 문의가 온다는 사실도 숨기지 않았다.
특정 서비스가 아닌 물류 플랫폼을 수출한다면 현지 물류 시장을 통째로 선점할 수 있다. 글로벌 물류 전쟁터가 될 신흥시장은 아직 무인화는커녕 자동화도 안 된 나라들이 많다. 화폐 결제에서 신용카드를 거치지 않고 QR코드로 한 단계 건너뛴 중국은 고도화된 무인 시스템이 신흥국에서 더 쉽게 흡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가뜩이나 비즈니스 모델 부재로 허덕이는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에는 무인화가 킬러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징둥닷컴은 3억 명이 넘는 고객의 구매력과 물류 자동화 기술력이라는 무기를 들고 아시아 시장을 두드릴 것이다. 징둥닷컴은 9월 한국에도 사무실을 열었다.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자만과 높은 규제 장벽으로 과감한 도전이 실종된 지 오래다. 출장 사흘간 중국 마트와 호텔 등에 일반화된 안면 인식 기술과 시내 도로를 활보하는 디디추싱(차량공유 업체)은 너무 편리했다. 각종 규제와 기득권의 반대에 막혀 옴짝달싹 못하는 한국과 대비됐다. 기술 경쟁과 시장 선점에서 뒤처진 결과는 당장은 국민의 불편이지만 다음은 기술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중국이 새삼 두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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