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때(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를 생각하면 꿈만 같아요. 지난 몇 개월간 저를 둘러싼 변화가 소름 끼칠 정도입니다.”
축구 국가대표팀(A대표팀) 공격수 황의조(26·감바 오사카)는 자신이 한국 최고 선수로 선정됐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 눈치였다. “‘90분간 한 번은 골 기회가 온다’고 되뇌며 매 경기 집중했어요. 그러다 보니 찬스 때마다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습니다.”
5개월 전만 해도 황의조는 비난의 대상이었다. 그가 아시아경기에 나설 23세 이하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뽑힌 7월. 당시만 해도 A매치 11경기에서 1골을 넣는 데 그쳤던 그의 선발을 두고 ‘인맥 발탁 논란’까지 일었다. 김학범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58)이 사제 인연으로 황의조를 뽑았다는 것. 황의조는 프로축구 성남 시절 김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많은 골로 논란을 잠재우겠다”며 넘치는 자신감을 보인 황의조는 아시아경기를 통해 ‘인생 역전’의 전기를 마련했다. 9골(7경기)로 득점왕에 오르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팬들은 “감독의 인맥으로 모셔온 ‘갓의조’(신을 뜻하는 god과 황의조의 합성어) 덕분에 우승했다”며 환호했다.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은 아시아경기를 지켜본 뒤 황의조를 대표팀에 발탁했다. 지난해 10월 모로코와의 친선경기 이후 약 11개월 만의 A대표팀 복귀였다. 골 감각을 유지한 황의조는 A매치 6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며 ‘벤투호’의 무패 행진(3승 3무)을 주도했다. 황의조는 “아시아경기 등을 통해 경험과 자신감을 얻은 덕분에 A대표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의조는 올 시즌 감바 오사카(일본)에서 34경기에 출전해 21골이나 터뜨렸다.
올해 소속팀과 대표팀을 통틀어 33골(47경기)을 터뜨린 황의조는 한국 최고의 남자 축구 선수로 우뚝 섰다. 대한축구협회는 18일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시상식에서 황의조에게 ‘남자 올해의 선수상’을 수여했다. 황의조는 언론사와 협회 올해의 선수 추천위원회의 투표 결과 218점을 얻어 손흥민(토트넘·171점), 조현우(대구·62점)를 제쳤다.
황의조는 황선홍(A매치 103경기 50골)의 뒤를 이을 대형 스트라이커로 주목받고 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골 결정력은 황의조가 (황선홍보다) 더 뛰어나다. 황의조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슈팅할 수 있는 공격수는 쉽게 찾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황의조의 시선은 내년 1월 아시안컵을 향하고 있다. 그가 아시안컵에서도 고공비행을 한다면 유럽 진출의 꿈을 이룰 수도 있다. 황의조는 “아시아경기의 활약으로 상을 받은 만큼 이번엔 아시안컵에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 유럽에서 뛰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말했다.
김학범 감독은 ‘올해의 지도자상’을 수상했다. 김 감독은 “의조가 비난에 흔들리지 않고 강하게 이겨내는 모습을 보며 큰 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황의조 등 아시아경기를 함께 치른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의 여자 선수상은 인천현대제철의 우승 주역 장슬기(24)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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