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기 신도시, ‘베드타운’ 넘으려면 교통인프라 자급기능 갖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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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경기 남양주와 하남, 과천, 인천 계양구 등 4곳에 100만 m² 이상의 대규모 택지를 조성해 12만2000채의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는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중소 규모 택지 37곳도 추가해 모두 41곳에 15만5000채의 주택을 새로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앞으로 수도권 신규 주택 공급을 30만 채까지 늘릴 예정이다.

3기 신도시는 2003년 2기 신도시 건설 계획 발표 이후 15년 만에 나오는 대규모 수도권 주택 공급 정책이다. 특히 파주, 동탄, 김포 등 2기 신도시 대부분이 서울과 너무 멀고 교통 인프라도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던 터였다. 정부가 어제 수도권 광역 교통망 개선 방안을 함께 발표한 것도 이런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신도시 입지를 수도권광역철도(GTX)망을 중심으로 선정한 것이나 ‘선교통, 후개발’ 원칙을 천명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실행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GTX를 조기 착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GTX 3개 노선 가운데 2개 노선이 일러야 2021년 착공이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자칫 도시 개발 자체가 늦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신도시 주택 공급이 2021년부터 가능하다는 정부 전망과 맞물린다면 ‘교통지옥’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자급기능 마련도 관건이다. 생산 거점과 생활 인프라가 없으면 도시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저렴한 임대료 외에 구체적인 기업유치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정부가 더 고민해야 한다.

신도시 개발은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신호다. 대출과 세제 규제 강화로 수요를 압박한 데 이어 공급을 확대해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다. 당초 개발 계획이 유출돼 신도시 후보에서 빠질 것으로 예상됐던 과천이 포함된 것도 그만한 입지가 아니면 서울 강남권의 수요를 분산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서라고 해도 택지 공급은 남발하기 어려운 처방이다. 신도시 후보지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라는 점은 개발의 부작용을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수도권 팽창이 가속화하는 점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서울 도심과 강남 지역의 재개발, 재건축과 꾸준히 연계되지 않는 외곽 택지 공급만으로는 실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3기 신도시#남양주#하남#과천#g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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