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19일 공개한 ‘김태우 리스트’는 총 104건이다. 김태우 수사관이 대통령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특별감찰반원으로 활동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생산한 첩보 문건 목록들이 담겼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리스트를 공개하며 “민간인 사찰과 정권 실세의 비리 은폐 의혹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당이 문제를 제기한 문건 중 최소 3건은 조국 대통령민정수석에게까지 보고됐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책임론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민간인 정보 수집 등 문제성 문건 지목
한국당은 이날 1차로 김태우 리스트 가운데 11건을 문제 문건으로 꼽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관계자에 대한 첩보 보고와 민간인 정보 수집, 여권 핵심 관계자에 대한 비리 의혹 묵살 등에 관한 것이다.
이 가운데 전(前) 정권 관계자 첩보 보고는 모두 3건. ‘전 기재부 장관 최경환 비위 관련 첩보성 동향’ ‘박근혜 친분 사업자, 부정청탁으로 공공기관 예산 수령’과 이명박 정부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의 주파수 경매와 관련해 한 민간기업에 특혜 제공 의혹이 있다는 문건이다.
민간인 관련 정보 수집 의혹이 있는 문건들도 공개됐다. 특히 이 중에는 앞서 청와대가 해명한 고건 전 국무총리의 아들 고진 씨의 비트코인 사업 관련 동향 보고와 함께 ‘진보 교수 전성인 사감으로 VIP(대통령) 비난’이라는 제목의 보고가 포함됐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 문건이 생산된 올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히자 정부 경제정책이 개혁성을 잃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측근의 대선자금 모금 시도 의혹과 언론사에 대한 동향 보고는 야당과 언론 사찰 의심 문건으로 지목됐다.
한국당이 문제 문건으로는 분류하지 않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에 대한 첩보 보고 문건도 포함돼 있었다. 김 수사관이 지난해 7월 12일 작성한 ‘한국금융연수원장 과거 부적절 처신 동향’과 지난해 8월 7일 ‘산업은행장 관련 비위 동향’이다. 조영제 전 금융연수원장은 올 4월 임기 6개월을 남기고 사퇴했으며 이동걸 전 KDB산업은행장은 8월 취임 1년 만에 사퇴했다.
나 원내대표는 “정치 보복과 권력 유지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작성할 이유가 없는 문건”이라며 “청와대는 개인 일탈로 몰아가려 하지만 김 수사관은 분명 윗선의 지시를 따른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 靑 “지시한 적 없다” 해명… 일부 윗선 보고
김 수사관의 상급자인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갖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아무런 지시 없이 자신이 생산한 문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문제를 제기한 11건의 문건 중 10건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전성인 교수 관련 문건과 MB 정부 방통위 황금 주파수 경매 관련 보고서에 대해서는 “특감반 데스크도 그렇고 이인걸 특감반장도 그렇고 이 두 보고서를 보고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올 8월 김 수사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사 민원이 적발된 때라는 점을 언급하며 “(김 수사관에게) 근신 기간 한 달을 뒀는데, 그 기간에 본인이 작성한 보고서로 추정된다”고 했다.
또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관련 보고와 홍준표 전 대표의 대선 자금 모금 보고에 대해선 “특감반 초기에 (김 수사관이) 이전 정부에서 민간 영역까지 다양한 첩보 수집을 하던 관행을 못 버리고 특감반장에게 보고했다”며 “우리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다르니 앞으로 이런 첩보를 수집하지 말라고 제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특감반장에 의해 폐기된 보고서”라고 덧붙였다. 또 언론사 관련 보고 문건에 대해선 “언론 사찰 소지가 있으니 작성하지 말라고 해서 이인걸 특감반장이 폐기한 보고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 친분 사업가의 부정청탁 의혹 문건과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갈등’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관련 비위 첩보’ 등 3건은 조국 수석에게 보고됐다고 밝혔다. 일부 문건은 반부패비서관실을 넘어 윗선까지 보고됐다는 점을 인정한 것. 박 비서관은 “직무범위 내의 업무”라고 밝혔지만 문건에 어떤 내용이 담겼느냐에 따라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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