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가는 2018년. 그에게 한 해를 마감하는 소감을 한 단어로 정리해 달라고 했더니 ‘행복’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신인상을 차지한 고진영(23·하이트진로)이다.
고진영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세 가지 목표를 모두 이뤄 굉장히 행복했다. 요새는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고 저를 도와주고 응원해준 분들을 만나 감사 인사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귀국한 고진영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며칠 전에는 국내 한 테마파크를 찾아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했다.
올해 LPGA투어 진출에 앞서 고진영은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인연을 맺지 못했던 신인상과 LPGA투어 멤버로 첫 승, 그리고 영어 인터뷰가 그것이다. 치열하게 한 시즌을 보낸 그에게 이 목표는 모두 현실이 됐다.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으로 ‘빅리그’ 직행의 길을 열었던 고진영.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LPGA투어에 뛰어든 그는 출발부터 남달랐다. 자신의 투어 데뷔전인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67년 만에 나온 LPGA투어 공식 데뷔전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순간이었다.
모두를 놀라게 했던 고진영은 올 시즌 성공의 열쇠로 꾸준함을 꼽았다. “기술적으로 크게 좋아진 부분은 잘 모르겠다. LPGA투어는 장거리 이동이 많기에 스윙을 할 때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골프에만 집착하기보단 여행을 한다는 마음으로 시즌을 보내려고 했다. 시간 될 때마다 골프장 근처 맛집, 명소에 들러 힐링을 했다.”
머리가 복잡해질 때는 정리정돈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고진영은 “일정이나 짐 정리를 하면 내 마음이 정리되는 것처럼 개운해진다. 때론 달리기를 통해 모든 걸 잊었다”고 했다. 낯선 무대에서 선배들의 한마디도 큰 도움이 됐다. “LPGA투어에 먼저 진출한 언니들이 따뜻하게 맞아줘 잘 적응할 수 있었다.” 평소 영어 공부를 위해 투어 동료들과도 거침없이 영어로 소통하면서 적응력을 키웠다.
다시 새 출발선을 앞둔 고진영의 눈높이는 더 올라가 있다. “2018시즌 매 대회 목표가 톱20 안에 드는 것이었다면 2019시즌에는 톱15를 노리려고 한다.”
고진영은 LPGA투어 시즌 종료 후 바로 귀국하고 싶었을 텐데도 한동안 미국에 머물렀다. 지난달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2주 넘게 쇼트게임 레슨을 받았다. 세계랭킹 1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등을 지도한 개러스 레이플스키의 집중 교육에 참가했다.
고진영은 자신의 이름과 비슷한 사자성어 ‘고진감래’를 좌우명으로 삼았다. “골프선수 고진영의 삶이 즐겁고 행복하듯 인간 고진영의 삶도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매주 경쟁을 해야 하지만 동료들과 어울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며 지내고 싶다. 팬들의 응원에 부응할 수 있도록 골프뿐 아니라 제 삶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겠다.” 1995년생 돼지띠 고진영이 다가오는 돼지해(기해년)를 다시 한 번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는 다짐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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