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시인의 숨결이… 다시 날개 편 ‘이상의 집’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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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살던 종로구 통인동 집 4개월 보수공사 마치고 재개관
자료 150점 전시… 편의공간 늘려
“故 신성일 꼭 보고싶어했는데…”

올해 7월부터 4개월간의 보수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한 이상의 집. 19세 이상을 표현한 흉상(작은 사진)이 새로 설치됐다. 뉴스1
올해 7월부터 4개월간의 보수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한 이상의 집. 19세 이상을 표현한 흉상(작은 사진)이 새로 설치됐다. 뉴스1
“형님, ‘이상의 집’이 재개관하면 제일 먼저 찾아갈게요.”

10월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의 회원이기도 한 고 신성일 배우의 전화였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고인은 1968년 영화 ‘이상의 날개’에서 천재시인 이상(1910∼1937)을 연기하며 더욱 애착이 컸다. 김 이사장은 “그가 세상을 뜨기 20일 전, 마지막 통화에서도 ‘이상의 집’ 얘길 했다”며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고인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다”고 아쉬워했다.

고인이 그리도 기다렸던 ‘이상의 집’이 19일 보수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했다.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자리 잡은 이곳은 2층 구조에 75m2 규모다. 이상이 1912∼1933년 20여 년 동안 머물렀던 백부 김연필의 집이었다. 당시의 집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집터도 여러 필지로 나뉘었지만 역사적 가치는 여전하다.

후대에 재건된 이곳은 문화유산국민신탁이 2009년 KB국민은행 후원을 받아 매입한 뒤 전시회와 문화 행사를 여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보수공사는 문화재지킴이 협약 기업인 라이엇게임즈 후원으로 이뤄졌다.

재단장한 이상의 집은 이상 작품을 처음으로 소개한 서적과 인쇄본 등의 자료를 대거 공개하고, 편의시설도 크게 늘렸다. 지금까지 확보한 아카이브 자료는 시 75편, 소설 21편, 수필 19편, 서신 5편, 그림과 삽화 16점, 기타 자료 21점 등 150여 점에 이른다.

특히 재개관하면서 이상의 친구인 화가 구본웅(1906∼1953)이 그린 19세의 이상 초상화를 참고해 조각가 최수앙이 제작한 흉상이 내부 한가운데에 새로 설치됐다. 집 안쪽에는 2층으로 이어지는 ‘이상의 방’이 만들어졌는데, 컴컴한 색상으로 벽면을 칠해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김대균 건축사무소 착착 대표는 “이상의 방은 대표작 ‘날개’를 형상화한 곳으로, 이상의 작품 세계를 공간으로 표현했다”며 “수수께끼 인물이 아닌 문학·미술·건축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인 이상을 함께 느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상의 집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공휴일과 명절에는 문을 닫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이상의 집#통인동#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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