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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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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 Together

현대로템은 2015년 11월 서울역 일대 쪽방촌 580여 가구에 홀몸노인 겨울나기 지원을 시작했다. 흔한 사회공헌활동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독특한 점이 있다. 바로 ‘지하철 노선’과 사회공헌 활동을 연계한 것이다.

서울역 홀몸노인 지원이 서울지하철 1호선과 관련된 사회공헌활동이라면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에서는 영아일시보호소를 운영한다. 현대로템은 이곳에 영아 안전매트, 호흡기 치료기 등을 기부했다. 3호선 일대에는 경복궁 등 문화재가 많다. 그래서 시청각장애인 문화해설사 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후원했다. 현충원 인근을 지나는 4호선에서는 현충원 묘역 정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현대로템이 지하철 노선 따라 사회공헌활동을 특화한 까닭은 현대로템이 서울 1∼5호선을 지나는 지하철 차량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연을 살려 ‘철길 타고 찾아가는 소외이웃’ 프로그램을 만들어 특화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최근 주요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은 현대로템 사례처럼 자사 사업 활동과 연계한 특화 활동으로 진화 중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의미하는 사회공헌활동도 하나의 ‘브랜드’로 키워 기업과 사회가 가치를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는 활동으로 확장시키겠다는 의미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많이 기부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기업 고객, 지역, 사업 활동과 연계해 함께 가치를 나누고 키워가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 확산에 나서는 기업들

LG그룹이 2015년부터 꾸준히 수여해 온 ‘LG의인상’은 사회공헌활동이 사회 변화에 기여한 대표적인 활동으로 꼽힌다. 우리 사회의 숨은 의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며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LG의인상은 고 구본무 회장이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며 2015년 제정했다.

LG는 지금까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소방관 13명, 해양경찰 10명, 경찰 7명, 군인 7명 등 ‘제복 의인’부터 얼굴도 모르는 이웃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크레인 기사 등 ‘우리 사회 평범한 이웃’까지 총 90명의 숨은 의인을 찾아냈다. ‘의인은 회사에서도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지하철서 장애인을 구한 해병을 채용하기도 했다.

SK그룹은 사회적 기업을 육성해 사회 문제를 근본에서부터 해결하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로 사회공헌 전문재단인 행복나눔재단을 만들었다. 아예 사회공헌 전문 재단을 세운 것이다. 행복나눔재단은 직접 8개의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400개에 달하는 파트너 사회적 기업에 대해 투자와 판로 지원, 인센티브 지원 등을 하고 있다. SK그룹 최 회장은 최근 열린 CEO세미나에서 “사회적 가치는 사회와 고객으로부터 무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일 뿐 아니라 이제는 경제적 가치 이상으로 기업의 전체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핵심 요소”라며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하루빨리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SK그룹 계열사들도 이 같은 사회적 가치 확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부터 ‘사회적 기업 발굴 및 지원사업’을 시행해 사회적 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 지원해왔다. 지난 5년간 이 지원사업을 통해 약 260개 취약계층 일자리와 약 46억 원 규모 사회적 가치가 창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사회공헌의 브랜드화 나선다

주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일종의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정 사회문제, 소외계층에 집중해 오랫동안 지원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가 사회공헌활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타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사업 특장점을 활용해 다양한 ‘무브(이동)’ 관련 사회공헌을 펼치고 있다. △세이프 무브(교통안전문화 정착) △이지 무브(장애인 이동편의 증진) △그린 무브(환경보전) △해피 무브(임직원 자원봉사 활성화)에 이어 2016년부터 △드림무브(자립지원형 일자리 창출) △넥스트무브(그룹 특성 활용) 등을 추가했다. 이 중 ‘넥스트무브’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기술, 서비스, 인프라를 더욱 폭넓게 활용하는 사업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6월 학업과 경제활동에 대한 의지가 강하지만 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 130명에게 장애인 수동휠체어 전동키트를 전달했다. 또 장애인과 가족들이 여행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전동키트 셰어링 사업을 기획해 매년 450여 명의 장애인에게 전동키트를 대여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7년째 소외계층에게 생필품 등을 지원하는 ‘희망배달마차’를 운영 중이다. 서울, 경기, 대구 등의 지역에서 매년 200여 차례 희망배달마차를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기준 총 20만여 가구에 60억 원가량의 생필품을 지원했다.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그룹은 ‘해피선샤인(Happy Sunshine) 캠페인’을 벌였다. 해피선샤인 캠페인은 태양광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주력사업인 태양광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과 녹색성장에 기여하고자 기획한 대표 친환경 사회공헌활동 프로그램이다. 사회복지시설을 비롯한 우리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태양광 발전설비를 무료로 설치, 기증함으로써 지역사회와의 상생과 인류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올해는 9월부터 설치를 시작해 이달 초까지 전국 37개 기관에 252kW 용량의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를 완료했다.

LG화학은 대표적인 화학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2017년부터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옳은 미래, LG화학이 그리는 GREEN 세상’이라는 공식 명칭으로 임직원 봉사단 ‘그린메이커’를 출범하고, 본사 인근 생태보전지역인 밤섬에서 총 4차에 걸쳐 임직원 200여 명이 유해식물 제거 및 환경 정화활동을 진행했다. 또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활성화하는 ‘그린파트너십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GS건설은 저소득층 가정 공부방 지원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꿈과 희망의 공부방’으로 이름 붙여진 이 활동은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들이 안정된 학업 공간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2011년 5월 1호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1∼6월)까지 235호점까지 오픈하며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로 확대되는 사회공헌활동

국내 주요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사회적 책임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두산은 해외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사회의 교육환경과 의료에 관심을 쏟아왔다. 중국 소외지역 어린이 교육을 위해 2001년부터 15년 동안 37개 ‘두산희망소학교’를 설립했고, 인도 빈민지역 초등학교와 자매결연을 하고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위시트리(Wish Tree)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 베트남 구순구개열 환아 무료수술 등 지역민을 위한 의료봉사 활동, 유아 영양소 공급사업, 베트남 꽝남 지역 최대 의료시설인 꽝남 중앙종합병원을 지원하는 ‘큐 헬스(Q Health)’ 프로그램 등을 추진해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월 발표한 중국사회과학원의 기업공익발전지수 평가에서 중국 내 전체 기업 중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평가는 기업공익발전지수가 처음 시행된 2014년 이후 외자기업이 중국 국유 기업과 민영기업을 제치고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첫 사례다.

대한항공은 국내외 재해·재난 지원을 비롯해 지구 환경 보전을 위해 몽골, 중국 등지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플랜팅 프로젝트(Global Planting Project) 나눔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4년부터 몽골, 중국 등지에 15년간 나무를 심어 황사 방지 등에 힘쓴 것이다. 올해 6월에도 몽골 바가누르구 사막화 지역에 입사 2년 차 직원 등 임직원 120명과 현지 주민, 학생 등 총 500여 명이 참여해 나무를 심었다. 이 같은 활동 덕분에 총 45ha(45만 m²)의 황무지와 다름없던 이 지역은 12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는 녹지로 변했다. 그 공로로 대한항공은 몽골 정부가 이례적으로 기업에 수여한 ‘자연환경 최우수 훈장’ 을 받기도 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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