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한국노동연구원은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기업 가운데 94%가 근로자 임금 감소가 없었다”는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82%는 근로시간에 변화가 없거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은 노사 서면 합의가 있을 경우 3개월 안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이거나 늘려 평균 근로시간을 기준 근로시간에 맞추는 탄력근로제를 실시하고 있다. 법정 근로시간이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면서 경영계는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간을 1년까지 늘려 달라고 요구해왔다. 대규모 시설 교체에 몇 개월씩 걸리는 석유화학업체나 주문을 받으면 그 기간 내에 집중적으로 일해 끝마쳐야 하는 게임업체,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계절적 제품공장 등은 업종 특성상 집중근로가 석 달 넘게 이어지는 점을 감안해 달라는 요청이다. 현행 제도가 계속되면 이들 기업 4곳 중 1곳이 경영주가 형사처벌 받을 처지라고 밝혔다.
반면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하면 특근이 사라져 임금이 줄고 실질 노동시간이 늘어나 근로시간 단축의 의미가 사라진다고 맞서고 있다. 또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확대해 집중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장시간 과로로 인한 건강상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본이나 미국, 독일 같은 선진국들이 이 기간을 1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보다 과로사고가 많다고 보기 어렵다.
탄력근로 단위기간 결정은 단체협약 사항이다. 노사가 사업장의 사정에 따라 합의해 근로시간을 조정하겠다는데 법이 나서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약자 보호가 아니라 현실을 무시한 처사다.
주 52시간 근로 계도기간이 끝나는 올해 말까지 국회에서 보완 입법을 하자는 합의는 지난달 초 여야정 회의에서 결정됐던 문제다. 이 합의를 문재인 대통령이 번복하면서 결정권이 경사노위로 넘어갔다. 더구나 한국노총과 경사노위가 공익위원 추천 과정에서 갈등을 빚으며 한 달 가까운 시간이 더 흘렀다. 근로시간 단축 보완 입법을 차일피일 미룰 만큼 우리 경제는 한가하지 않다. 가능하다면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내려 산업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경사노위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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