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 수도권 내 3기 신도시 4곳의 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이에 반대하는 현지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규 주택 증가로 기존 집값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인구 증가로 교통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불만 때문이다.
이번 신도시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경기 남양주시 왕숙지구(6만6000채) 인근 다산신도시와 별내신도시에서는 벌써부터 ‘물량 폭탄’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경의중앙선 도농역 인근 D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당장 집을 팔아야 할지를 묻는 전화가 어제부터 오고 있다. 물량 앞에 장사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다산신도시는 3만3000채, 별내신도시는 2만6000채 규모다. 다산과 별내 사이에 새로 조성되는 왕숙지구에 새 아파트가 추가로 공급되면 심각한 재산권 피해가 생긴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주장이다. 지역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와 단체 채팅방에서는 “구리, 강동 등 인근 지역과 연대해 택지 지정 반대 시위를 해야 한다”는 반응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불편한 출퇴근길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20일 도농역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 씨(35·여)는 “남양주를 지나는 경의중앙선이나 경춘선은 긴 배차간격으로 악명이 높고 버스도 상습 정체돼 서울 잠실까지 1시간 넘게 걸린다. 신도시가 더 들어서면 교통지옥이 될 게 뻔하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남양주 교통 대책을 요구합니다’라는 글이 신도시 발표 당일 올라와 하루 만에 3300명 이상 동의했다.
남양주시에는 택지 지정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이어졌다.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신도시 지정에 찬성한)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민원을 피하기 위해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폐쇄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SNS는 예전부터 비공개 전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물론 정반대 목소리도 있다. 다산신도시 자이로얄공인 최은서 대표는 “물량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집값이 오르는 데 한계가 있겠지만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이나 별내선 연장, 수색대교 등 약속된 교통망만 제대로 깔린다면 오히려 호재”라고 했다. 인근 E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역시 “베드타운화를 막으려면 테크노밸리를 통한 기업 유치가 핵심이다. 잘만 되면 판교처럼 바뀔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다른 지역도 신도시 개발을 환영해야 할지 반대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과천 일대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는 활동을 해온 ‘과천시민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3기 신도시가 들어서는 선바위역 일대 택지 개발을 두고 주민들 의견이 찬반으로 갈리고 있어 한쪽으로 의견을 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선은 정부가 내놓은 교통 대책이 차질 없이 수행되도록 국토교통부, 과천시 관계자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교통망 확충 대책이 지역 갈등 양상으로 번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하남시 주민 모임인 ‘미사강변도시 총연합회’는 이날 하남시의회에 “수석대교 건설 발표는 하남시에 영구적인 교통 문제와 환경 파괴를 야기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시의회의 입장을 내놓으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남양주 수석동과 하남 미사동을 잇는 수석대교는 국토부가 19일 발표한 남양주시 교통망 확충 방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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