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가 ‘승차공유(카풀) 저지’ 총파업에 돌입한 20일 이재웅 쏘카 대표(50·사진)가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조언을 하는 자리인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장직을 4개월 만에 내려놨다. 다만 혁신성장본부 민간자문위원 189명은 별도 의사를 표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를 위촉했던 부총리와 기재부 1차관 등이 그만뒀고 파견 온 공무원들도 인사 이동이 있을 예정이다. 새로운 팀은 새로운 분과 함께해야 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공유경제는 소득주도성장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성장 정책인데 아무 진전도 만들지 못했다”며 “여기까지가 제 능력의 한계다. 이제 기업에서 해야 할 일을 하겠다”며 경영에 전념할 뜻을 밝혔다.
글과 함께 올린 그림에는 ‘당신의 제안은 혁신적이지만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다. 현재의 실패한 방식들이 더 편하다’는 영어 문구가 적혀 있다. 규제 개혁에 소극적인 정부 리더십에 대한 실망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7일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도 규제 개혁 대상에서 카풀을 제외시켰다.
현재 베트남 출장 중인 이 대표는 본보 기자에게 ‘불통’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생각하는 (카풀 이슈에 대한) 대안은 있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다. 정부 여당이 결정하면 따라야지 기업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대안은 카풀 차량 등록제를 통해 운전자 자격을 심사함과 동시에 과세하기 좋게 만들고, 필요하면 총량도 관리해 교통 편의를 높이는 한편 택시업계에는 카풀업체로부터 받은 분담금과 카풀 운전자로부터 걷는 세금으로 수입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올 8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추천으로 혁신성장본부 민간본부장으로 위촉돼 기업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가교 역할을 맡아왔다. 이 대표 위촉 직후 택시업계는 “사회적 논란의 상대방인 사기업 대표를 선임하는 것이 갈등을 조정할 정부의 자세인가”라며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그동안 정책 추진 과정에서 느꼈던 한계를 토로하곤 했다. 9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기득권이 공고하고 정부도 기존 규제 시스템에 익숙해져 혁신이 훨씬 어려워졌다. 정부가 피해 보는 사람을 보호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하는데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기존 산업의 합의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19일에는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택시 ‘완전월급제’ 등에 대해 페이스북에서 “지금도 엄청난 보조금을 지원해 주는 택시산업에 더 많은 보조금을 주면서 유지시키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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