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면서 젠더 갈등이 이슈가 됐다. 논란의 중심엔 여성 우월주의 사이트 워마드(Womad)가 있었다. 이곳에선 독립운동가도, 위로를 받아야 하는 사건 사고의 피해자도 남성이라는 이유로 멸시의 대상이 된다. 남성의 외모를 품평하고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범죄 예고가 올라온다. 지나친 과격함 때문에 ‘여자 일베(일간베스트)’ ‘정신병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워마드는 스스로를 ‘신(新)서프러제트(Suffragette·전투적 여권 운동)’라고 믿는다. 온건한 목소리를 내왔지만 억압이 지속되니 돌과 폭탄을 들고 남성을 해(害)하겠다는 것이다.
본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빅데이터 분석업체 아르스프락시아와 함께 2016년 10월부터 2년간 워마드에 올라온 게시물 약 39만 건에서 추출한 단어들 사이의 관계지도를 그려서 ‘워마드의 뇌 구조’를 들여다봤다. 또 워마드 게시글의 내용을 분석하고, 워마드 유저 12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분석 결과 워마드는 단순히 재미를 위해 남성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놀이터’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소수의 ‘헤비 유저’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온·오프라인상에서 ‘여성 혐오 지우기’에 나선 ‘전쟁터’에 가까웠다. 이들은 여성이 남성에게 당했던 방식대로 되돌려 준다는 ‘미러링(mirroring)’을 무기로 내세웠다. 워마드 유저들이 비혼, 비출산, 비연애, 비섹스 등 ‘4B(非)’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는 점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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