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에 세워진 ‘사랑의 온도탑’이 꽁꽁 얼어붙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희망 2019 나눔 캠페인’을 상징하는 사랑의 온도탑 상승 속도가 올해는 유독 더딘 편이다. 모금 목표액의 1%가 모일 때마다 눈금이 1도씩 올라가는데 지난달 20일 시작한 모금 활동 실적이 현재 전년 대비 80% 수준에 불과하다. 이대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때 이른 우려도 나온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연말 이웃돕기 집중 모금 캠페인은 설립 첫해인 2000년과 공동모금회에서 성금 횡령 비리가 터진 2010년을 빼고 해마다 목표액을 돌파했다. 한국 사회를 총체적 혼란에 빠뜨린 국정농단 사태의 와중에도 기부와 사랑의 뜨거운 손길은 한결같이 이어져 사랑의 수은주가 100도를 기록했다. 그때와 대비되는 올해의 부진은 이례적이다.
모금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경기 불황의 그늘이 짙어진 탓이 크다. 기업도 개인도 경제난을 겪으면서 기부한파가 몰아닥쳤다는 분석이다. 이는 곧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이웃,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소외계층이 그만큼 더 늘어났다는 징후이므로 나눔의 절박함을 새삼 일깨운다.
그러나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개인의 기부는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인의 기부 참여율은 2011년 36.4%에서 2017년 26.7%로 쪼그라들었다. 사랑의 체감온도를 끌어올리려면 기업의 통 큰 기부도 중요하지만 공동체 구성원의 십시일반 참여가 더 소중하다.
불황일수록 기부의 물결을 되살려야 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보다 1.3% 늘어난 4105억 원을 목표로 내년 1월 31일까지 모금 활동을 벌인다. 사랑의 온도탑이 펄펄 끓는 대한민국, 서로에게 마음의 빗장을 열고 훈훈한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를 위해 올해도 나눔의 귀한 전통은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 고단한 삶에 지친 이웃을 향해 손을 내미는 작은 기부, 바로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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