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뒤면 성탄절. 소중한 이들과 멋진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아직 계획이 없는 이들을 위해 맞춤형 성탄 연휴 사용설명서를 준비했다.
#“로맨틱한 성탄절이 좋아”… 성탄절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다면?
일곱 살 쌍둥이 자녀를 둔 직장인 김지경 씨(40)는 업무와 육아에 치여 아직 성탄절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김 씨의 로망은 화려하면서도 성스러운 크리스마스 야경. 아이들은 외출을 좋아하는 ‘망아지과’다.
동심을 부르는 ‘대형 트리’, 바라만 봐도 설레는 도심 야경…. 중세풍 유럽 도시에서 볼 법한 성탄절을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다. 성탄절 전후에 전국에서 화려한 크리스마스 야경을 동반한 축제가 펼쳐진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 초입부터 장통교 구간에서는 새해 첫날까지 ‘서울크리스마스 페스티벌’이 열린다. 매일 오후 5시 산타마을을 주제로 꾸민 조형물이 환하게 불을 밝힌다. 대형 트리, 잔망스러운 토끼, 사랑스러운 하트, 화려한 벽면 장식 등이 인기 포토존. 청계천 변을 따라 걷다가 허기가 지면 광장시장에서 발걸음을 멈추자. 빈대떡, 육회, 잡채김밥, 칼국수 등으로 ‘만원의 만찬’을 즐길 수 있다.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일대에서는 25일까지 ‘인천 송도 불빛축제’가 열린다. 수상공원 전체를 6개 테마의 불빛아트로 꾸몄다. 하트터널, 기린게이트, LED놀이터 등 ‘인생샷’을 건질 공간이 수두룩하다. 공간이 널찍하고 보트 타기, 야광 소품 만들기(유료) 등의 체험거리가 많아 유아 동반 가족도 방문할 만하다. 평일 오후 6∼10시, 주말 오후 6∼11시 매시 정각에 펼쳐지는 라이팅쇼가 축제의 백미.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인천 1호선 센트럴파크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이 밖에 경기권에서는 ‘에버랜드 별빛축제’, ‘롯데월드 크리스마스 미라클’, ‘조명박물관 크리스마스 특별전’ 등이 열린다. 지역 축제에서는 자연경관과 성탄 분위기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보성차밭빛축제’, ‘담양산타축제’, ‘영월 석항 크리스마스축제’ 등이 눈에 띈다.
#“바깥은 위험해”… 사람은 고픈데 붐비는 건 질색?
‘외출했다가 화병 나서 귀가하기.’ 유통업계에 종사하는 직장인 이지후 씨(34)는 매년 성탄절마다 이 패턴을 반복했다. 사람은 좋은데 복잡한 게 싫어 외출은 께름칙하고 홈파티는 해본 적이 없어 겁이 난다.
이 씨 같은 취향은 홈파티가 ‘딱’이다. 준비는 어렵지 않다. 1인 가구와 홈파티 인구 증가로 시중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품이 나와 있다. 약간의 시간과 마음을 들이면 우리만의 시간을 소중한 이들과 나눌 수 있다.
홈파티의 핵심은 분위기다. ‘다이소’ ‘아트박스’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 등 라이프스타일 숍에서 가성비 좋은 아이템을 취향껏 골라 보자. 산타전구, 앵두전구, 꼬마트리, 트리 방울 장식, 빨간색 부직포 등이 인기 아이템. 냅킨을 일회용 접시에 오려붙인 벽걸이 장식이나 색종이 산타를 지인들과 직접 만들어도 좋다.
내친김에 의상도 기분껏 챙겨 입자. 온·오프라인 생활잡화 매장에서 트리와 산타 복장을 변형한 파티복(1만∼10만 원 선)을 판매한다. 새로 사는 게 부담스럽다면 빨강 초록 화이트 등으로 드레스코드만 맞춰도 기분이 난다. 루돌프 모양 핀과 산타 코 안경 등 액세서리도 준비하자. 스펀지 루돌프 코는 웃음을 유발하는 아이템으로 인기가 많다. 코가 낮아 장착하기 힘들면 양면테이프로 붙이면 된다.
먹거리는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연휴 기간 배달은 평소보다 시간이 2∼3배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바비큐, 스파게티 등 메인 요리에 과일로 만든 트리, 맥주병을 쌓아 올린 트리 등으로 분위기를 돋우는 게 정석. 간단히 기분을 내려면 카나페나 감바스가 제격이다. 요리 고수라면 에그노그(미국), 통나무 모양의 초코케이크 브슈 드 노엘(프랑스), 하몬과 전통과자 쿠론(스페인) 등 특식을 준비해 보자.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다양한 레시피가 올라와 있다.
#“카타르시스 분출이 절실해”… 조용히 지성·감성 충전하고 싶다면?
대학원생 신모 씨(28)는 크리스마스가 반갑지 않다. 크리스마스 후 닷새만 더 지나면 한국 나이로 앞자리 수가 바뀌는데 이룬 것도, 같이 보낼 친구도 없다. 사람 만나 마음을 다치느니 혼자 자유롭고 충만한 시간을 보내는 게 낫지 싶다.
연말 연례행사로 통하는 모임, 공연 관람, 쇼핑. 남들이 다 해도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가시방석이다. 일과 사람에 치여 1년간 내달린 만큼 연말에는 오롯이 나로 ‘채우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
외출을 즐긴다면 편하게 볼 수 있는 전시회로 눈을 돌려 보자. 서울 성동구 갤러리아 포레에서 열리는 전시 ‘슈가플래닛’은 어린시절 믿던 수호 요정처럼 달콤한 위로를 건넨다. 사탕이 둥둥 떠다니고 커다란 젤리곰 풍선이 마련된 공간에 머무르다 보면 착한 에너지가 퐁퐁 샘솟는다. ‘가끔은, 셀 수 없는 것들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곤 합니다. 이를테면 별이나 함께 나눈 시간 같은 것’ 등의 전시설명 구절 앞에선 ‘돈심(돈을 탐하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오래전 내쳤던 ‘시심(詩心)’을 돌아보게 된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앨리스 인 원더랜드’도 방문할 만하다. 미처 여행 준비를 못했다면 공항에서 머무르는 공항 체류 여행도 방법이다.
나홀로 외출이 부담스럽다면 ‘추억 소환 여행’을 떠나 보자. 모든 게 내 마음대로였던 어린시절로 돌아가면 심신이 절로 힐링된다. 우선 ‘그때 그 감성’을 자극할 당대 유행곡을 찾아 듣자. 그룹 왬의 ‘라스트 크리스마스’, 머라이어 케리의 ‘올 아이 원 포 크리스마스’, 영화 ‘러브 액츄얼리’ 삽입곡인 ‘크리스마스 이즈 올 어라운드’ 같은 캐럴이 성탄 기분을 살리기에 적당하다.
성탄 관련 콘텐츠가 아니라도 괜찮다. 학창 시절 나를 설레게 했던 가요, 팝송, 만화책, 영화 등을 미리 준비하자. 50대 중반 직장인 강모 씨는 대학가요제 포크송과 만화책 ‘바벨2세’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종사하는 신진아 씨(36)는 만화책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최고의 감성 촉매제로 꼽았다.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싸이월드 둘러보기를, 40대 후반 직장인 송상훈 씨는 반 친구 모두에게 손수 만들어 돌리던 카드 만들기를 추천했다.
사진첩 정리도 좋은 방법. 빛바랜 사진에서 발견한 옛 친구에게 성탄 메시지를 보내 보자. 이럴 경우 상대방도 나를 떠올리는 ‘크리스마스 텔레파시’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
이것저것 준비할 에너지가 없다면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탐험하자. 연말 여흥을 돋우는 영화로는 ‘34번가의 기적’(1994년), ‘첨밀밀’(1996년), ‘세렌디피티’(2001년), ‘러브 액츄얼리’(2003년), ‘엘프’(2004년), ‘건축학 개론’(2012년), ‘배드 맘스 크리스마스’(2017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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