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공식이 없는데도 캐럴은 비슷한 정서를 자아낸다. 중세시대 종교적 민요에 뿌리를 둔 탓이다. 국내에서도 캐럴은 대중가요 탄생과 동시에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당대 문화를 이끈 캐럴에는 어떤 곡들이 있을까.
국내 최초의 캐럴은 1926년 소프라노 윤심덕이 부른 ‘파우스트 노엘(The First Noel)’이다. 창작 캐럴로는 송민도가 1958년 발표한 ‘추억의 크리스마스’가 처음이다. 가수 윤일로도 1960년 ‘성종이 울리는 밤’을 발표했다. 하지만 성탄절이 전통 기념일이 아닌 탓에 창작 캐럴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1960, 70년대에 캐럴은 전성시대를 누렸다.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과 12월 31일만 통금의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연말 파티 문화가 형성됐고, 젊은이들의 흥을 돋울 캐럴의 인기가 치솟았다. 박성서 대중가요평론가는 “1년 중 통금이 없는 연말은 밤새 자유를 만끽하는 축제 기간이었다. 젊은이들은 야외에서 키보이스의 ‘징글벨 락’ 등 로큰롤을 가미한 캐럴을 들으며 흥을 분출했다”고 했다.
이미자 패티김 나훈아 등 인기가수는 물론 김미화 김형곤 심형래 등 개그맨도 캐럴 음반을 냈다. 가수들의 단골 번안곡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징글벨’, ‘기쁘다 구주 오셨네’, ‘실버벨’, ‘화이트크리스마스’ 등. 개그맨들은 가사를 재미있게 바꿔 불렀는데 심형래의 ‘흰눈 사이로 썰매를 탈까 말까’는 당대 최고의 히트곡이었다.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호세 펠리시아노의 ‘펠리스 나비다’ 등 팝 캐럴의 인기도 꾸준했다.
하지만 1982년 통금이 풀리고 2000년대 초반 디지털 음원이 보편화되면서 캐럴의 시대도 저물었다. 길거리 분위기를 주도하던 리어카 노점상과 레코드 가게가 사라진 것도 이런 분위기를 부채질했다. 여기에 저작권 문제가 겹치면서 캐럴은 필요할 때 찾아 듣는 음악이 됐다.
캐럴의 자리는 미스터 투(Mr.2)의 ‘하얀 겨울’(1993년), DJ DOC의 ‘겨울 이야기’(1996년), SM엔터테인먼트의 캐럴 음반(1999∼2011년), 별의 ‘12월 32일’(2002년), 박효신의 ‘눈의 꽃’(2004년) 등이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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