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가 시작된 이후 서울 동남부 집값 약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주택 공급량이 ‘집값 잡기’에 약효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 송파 강동구, 두 달째 집값 하락폭 최대
2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1일 기준 서울 송파구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35% 떨어졌다. 올해 서울 25개 자치구의 주간 가격 변동률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컸다. 강동구 역시 한 주 만에 아파트값이 0.06% 떨어지면서 지난주 기준 낙폭이 송파구 다음으로 컸다.
송파, 강동구의 집값 동반 하락세는 8주째 계속되고 있다. 11월 초 두 지역 집값이 동시에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8주 연속 서울 자치구 중 집값이 가장 많이 빠졌다. 14일 집계에서 영등포구가 상승률 꼴찌를 한 것을 제외하면 매주 송파구의 집값 하락폭이 서울에서 가장 컸고, 강동구가 그 뒤를 이었다.
부동산114 측은 “대단지 아파트 매수세가 끊어지면서 가격이 하향 조정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송파, 강동지역의 ‘랜드마크 아파트’인 △송파구 신천동 잠실파크리오(시세 기준 1000만∼5000만 원 하락) △잠실동 잠실엘스(2500만∼3000만 원)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1, 2, 4단지(500만∼2000만 원) 등이 지난주 큰 폭의 가격 하락을 보였다.
○ “규제 아닌 공급이 집값 영향”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공급량 증가가 꼽힌다. 특히 9510채가 입주하는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영향이 적지 않다. 최대 3000여 채의 헬리오시티 임대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연쇄적으로 송파, 강동지역의 아파트 전세금에 영향을 주고, 결국 매매가 조정까지 이뤄진다는 해석이다.
내년 이후에도 이들 지역의 주택 공급은 풍부하다. 강동구는 내년에 래미안명일역솔베뉴(1900채·6월 입주), 고덕그라시움(4932채·9월 입주) 등 1만896채 입주를 앞두고 있다. 송파구 역시 1만 채 정도 입주할 예정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근 송파, 강동구의 집값 약세에 대해서 “규제보다 공급이 집값 안정에 즉효약이라는 부동산 격언 그대로”라는 평가가 나온다.
9·13 부동산대책 등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는 대부분 서울 강남구의 집값 하락을 정조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가격이 많이 떨어지는 곳은 공급이 늘었거나 늘어날 예정인 송파, 강동구 등 강남 외곽 지역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신규 공급이 크게 늘지 않는 강남구 집값은 규제를 내놔도 가격 변동에 한계가 있다”며 “경기 하남 미사, 남양주 진접 등 배후지 공급 증가도 결국 강남이 아니라 송파, 강동구 집값에 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올해 송파, 강동구의 집값 상승률이 높아 가격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강동구 아파트값은 21일까지 10.10% 오르며 서울 구별 연간 상승률 1위였다. 송파구(8.60%) 역시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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