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홍명보 자선축구’ 위해 귀국
2002월드컵 코치-주장으로 인연… 25일 베트남-北평가전 앞두고도
“함께 유종의 미” 흔쾌히 참석… 베트남 총리, 박감독에 우정훈장
‘파파 리더십’으로 ‘박항서 매직’을 일으키고 있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59)이 이번엔 ‘의리맨’으로 변신했다.
22일 서울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홍명보 자선축구대회 ‘Share The Dream Football Match 2018’. 박 감독의 모습이 보이자 팬들은 열광했다. 15일 베트남에 10년 만에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컵을 안긴 박 감독은 20일부터 2019 아시안컵 대비 훈련에 돌입했고 25일에는 북한과의 평가전도 앞두고 있다. 해야 할 일이 많지만 베트남축구협회에 양해를 구하고 이날 새벽 입국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함께한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49)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2002년 박 감독은 수석코치로, 홍 전무는 주장으로 ‘4강 신화’를 합작했다. 둘은 이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박 감독은 자선경기에서 사령탑도 자주 맡았다. 홍 전무는 올해 베트남 대표팀이 스즈키컵을 앞두고 한국 전지훈련을 할 때 경기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하도록 돕기도 했다. 3월 양국 축구협회는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홍 전무는 “박 선생님과 나는 스승과 제자이기도 하지만 편한 선후배 관계이기도 하다. 전화로 마지막을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흔쾌히 응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홍 전무는 본인이 전면에 나서기보단 뒤에서 후배들을 응원하겠다며 2003년부터 이어온 이 대회를 올해 16회를 끝으로 마무리했다. 박 감독은 “(홍명보 자선축구대회는) 축구인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장이었는데 이렇게 끝나게 돼 아쉽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용수 FC서울 감독, 김병지 해설위원 등 2002년 월드컵 멤버들이 대거 출동했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도 참석했다. 박 감독은 “2002년 월드컵 때 함께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면 그저 웃음이 나고 즐겁다”면서도 “멤버들 중 일자리가 없는 친구들이 많아 안타깝다. 빨리 좋은 자리를 찾았으면 싶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홍 전무 등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23일 베트남으로 떠났다.
박 감독은 21일 베트남 총리로부터 우정훈장을 받았다. 이미 3급 노동훈장을 받은 가운데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 관계 향상에 도움을 줬다는 의미’의 훈장을 받은 것이다. 박 감독은 “2018년은 정말 기적 같은 승리의 행운을 준 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정상에 있을 때 떠나야 하지 않냐’는 말도 하지만 계약 기간이 1년 넘게 남아 있다. 더 큰 행운이 올 수도 있고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지만 피해 갈 생각이 없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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